[사설]일본의 대학 폐교사태,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일본의 559개 사립대 가운데 40%가 지난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의 전문대에 해당하는 일본 사립단기대는 62%가 정원 미달이었다. 문부과학성 외곽단체인 사학공제단이 521개 사립대 법인과 144개 사립단기대 법인의 2006년 경영상태를 평가한 결과 98개가 ‘경영 곤란 상태’였고 15개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로 밝혀졌다. 일본의 이러한 대학 부실 사태가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대학 설립 규제 완화로 학교 수와 학생 정원이 급증했지만 저출산 추세로 학생 수는 급감했다. 한국은 저출산 현상이 일본보다 더 심각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 설립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대학이 난립했다. 이 때문에 2005학년도부터 대입 총정원이 지원자 수보다 많아졌다. 아직 폐교한 대학은 없지만 지방대의 학생 모집난(難)은 심각하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4년제 대학 6곳과 전문대 3곳 등 9곳이 모집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으며, 전체 미(未)충원 규모는 3만4751명에 이른다.

고교생(15∼17세) 수는 2008학년도 38만6159명에서 2013년에는 35만 명, 2018년엔 28만 명 선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7.1%로 언젠가는 일본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지방대 교수들은 지역 고교를 돌아다니며 학생을 유치하느라 연구와 강의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진학 경쟁률이 낮은 지방대의 교수들은 “교무실에 ‘대학교수와 잡상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고교를 찾아다녀야 한다”며 한탄한다.

난립한 대학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지방 소재 일부 국립대를 통폐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대학 간 구조조정이 비싼 등록금과 낮은 선호도로 경쟁력이 없는 사립대로 확대돼야 한다. 정부도 한계 상황에 이른 사학들이 쉽게 자진 퇴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하고 구조조정을 하려는 사립대에 대해서는 적절한 지원책을 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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