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국 기업이 입주하느냐” “삼성 LG 현대 포스코 SK는 들어오느냐”는 것이다.
게일 회장은 이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 현재 외국 기업은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지만 한국 기업은 규제 대상이어서 경제자유구역 입주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삼성이나 LG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송도 입주는커녕 한국을 떠나 중국 등지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누가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면서 “사실은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인 셈”이라고 얘기해 봤자 비웃음만 돌아온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한국의 대기업이 송도에 포진해 있어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일 회장은 또 “세제 혜택만으로는 투자 유치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거 음식 학교 등 외국인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국은 외국인이 운전면허증이나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마저 어려운 나라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한 당국자는 “송도에 외국 식당이라고는 한국식 스파게티 집과 중국집 정도만 있을 뿐”이라고 탄식할 정도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은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 3곳을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일과 송도개발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모건스탠리,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등도 들어왔지만 아직 기대보다는 투자 유치가 부진한 상황이다.
▶본보 28일자 A1·B3면 참조
구역 지정만 해놨지 규제 완화 등 사후 관리에 소홀했던 것. 이 때문에 이 구역을 담당한 공무원 사이에는 “정부가 아이를 낳고는 보육원에 내버린 꼴”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자유구역 3곳을 추가 지정했다. 돌보지도 못하는 아이를 셋이나 더 낳은 셈이다.
외국 기업인들이 말하는 투자 유치 해법은 한 가지다. 바로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쪽이 원하는 걸 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재동 경제부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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