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孫학규 沈상정 찾아간 李명박

  • 입력 2008년 1월 17일 2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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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국회로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를 찾아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이 당선인은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민주노동당사를 방문해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같은 당부를 했다. 오늘은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 당선인조차도 다른 당 대표를 개별적으로 직접 찾아간 것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당선인의 이번 행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만남의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손 대표와 심 위원장도 이제 막 당의 사령탑을 맡아 변화를 모색하는 마당이니 새 정부와 신(新)야당 간에 상생(相生)의 정치 협력을 기대해 봄 직하다.

이 당선인의 자세를 낮춘 행보가 일회성(一回性) 제스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조직개편안과 총리·각료 인사청문회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숱하게 많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얼마 전 각 당 원내대표 및 국회의장단과 만났을 때 “행정부와 국회 간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 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만남은 자주 가질수록 좋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여야관계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반목하는 것이 여야관계의 전범(典範)은 아니다.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야당을 무시하는 정부·여당의 독주 또는 여당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투쟁으로 소모적인 정쟁(政爭)이 그칠 날이 없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정치후진국의 전형이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며 야당을 비난할 줄만 알았지, 진심으로 야당에 손 내밀 줄 몰랐던 노무현 정권이 대표적인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우리도 이제는 여야가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의 선진화’에 다가설 때가 됐다.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은 국정의 모든 사안에 대해 더욱 진지한 자세로 신야당을 설득하고, 신야당도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 새 정부와 신 여야가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국민에게 생산적인 새 정치모델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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