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공유하기

[소곤소곤경제]직업의 희소성 높을수록 ‘경제적 지대’ 높기 때

입력 2007-11-21 03:00업데이트 2009-09-26 04:07
읽기모드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회사원은 연봉 단 한 푼이라도 줄면 안 할 거라 하는데…

가수는 수입 5%로 줄어들어야 연예인 그만둔다 하니…

●사례

A 씨는 발표하는 곡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실력파 댄스 가수다.

그가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려들고 공연장 주변에는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류 스타 대열에 합류해 상당수의 외국 팬도 확보하고 있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S라인을 자랑하고 있어 광고 모델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자연히 그의 수입은 연간 수억 원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이 스타가 된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지 쉴 새 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만약에 인기가 식어서 수입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도 넌 가수 생활을 계속할 거니?”

그는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이 어디 있느냐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당연하지.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단 훨씬 낫잖아?”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질문 릴레이를 시작한다.

“그럼 수입이 지금의 20% 정도로 크게 줄어들면?” “언제까지 가수 생활을 할 건데?”

그는 아까와는 달리 생각에 잠긴다. “글쎄, 수입이 지금의 5%로 확 줄면 가수 생활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생각해 봐야겠지.”

자기 생각을 말한 그는 이젠 친구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이거 재밌는데. 그럼 너희들은 어때?”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지금 받고 있는 연봉 2000만 원에서 단 한 푼이라도 줄면

바로 직장을 떠나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작가인 친구는 4000만 원 정도인 현재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새 직업을 찾겠다고 답한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A 씨는 얼마 전 아버지가 한 말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소유한 땅으로 주차장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근에 큰 주차장이 들어선 후 갈수록 주차장 수입이 줄고 있어 고민이다.

“연말까지 주차장 수입이 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문을 닫고 차라리 그 땅에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받아야겠어.”

●이해

사람들은 대개 노동을 공급해서 돈을 번다.

수입이 적다며 불만족스러워하지만 지금의 일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일을 할 때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일에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지금의 일이나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사람들이 벌고 있는 돈에서 지금의 일 말고 다른 일을 해서 벌 수 있는 돈(즉, 노동의 기회비용)을 뺀 차를 ‘경제적 지대’라고 부른다.

경제적 지대는 지금의 일을 하면서 받고 있는 일종의 웃돈인 셈이다.

지대는 토지 사용에 대한 대가인데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가 지대를 벌고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의아해할 필요는 없다.

토지나 노동이나 생산요소라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므로 노동에 대해서도 지대라는 말을 쓴다. 다만 둘을 구분하기 위해 노동의 경우 앞에 ‘경제적’이란 말을 붙인다.

A 씨가 버는 경제적 지대는 전체 소득의 90% 이상이지만, 작가 친구는 50% 정도이며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경제적 지대를 거의 얻지 못한다.

이처럼 전체 소득에서 경제적 지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직업이나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뭘까.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회사원으로 일할 수 있으므로 일반 근로자의 노동 공급은 비교적 쉽게 증가한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적 지대를 별로 벌지 못한다.

이에 비해 연예인, 프로 운동선수, 의사, 변호사는 지금의 직업을 포기하면 다른 곳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수입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벌고 있는 수입의 대부분이 경제적 지대다.

이들이 경제적 지대를 많이 버는 이유는 노동 공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 친구가 영화배우가 되거나 회사원이 프로 골프선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의사나 변호사가 되려면 힘든 공부를 거쳐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극소수만 뽑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한마디로 아무나 연예인, 프로선수,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사나 변호사들이 대학 입학 정원이나 시험의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공급을 제한해 경제적 지대를 늘리고 몸값을 비싸게 하기 위해서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200자 뉴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