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경준, ‘제2의 김대업’ 안 되려면

  • 입력 2007년 11월 1일 2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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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가 조만간 송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권이 그의 귀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건의 추이에 따라서는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고,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한 대통합민주신당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 어떤 것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다.

신당은 이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연루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를 전제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후보를 금명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도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이 후보가 연루돼 있는 것처럼 비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5년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은폐 의혹을 거짓 폭로해 재미를 본 ‘김대업 사건’의 추억을 되살려 김경준 씨를 ‘제2의 김대업’으로 만들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2002년 대선 당시 여권은 ‘김대업 사건’을 비롯해 ‘이 후보 측근의 20만 달러 수수설’ ‘이 후보 부인의 기양건설 비자금 10억 원 수수설’ 등 3대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기양건설 경리직원의 확인서 등 온갖 ‘물증’까지 제시했으나 결국은 허위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대선이 끝난 뒤 발표해 국민은 흑색선전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김경준 씨는 주가 조작으로 수천 명의 투자자에게 손실을 안겨 줬고 이렇게 챙긴 돈 380억 원을 횡령해 2001년 12월 미국으로 달아난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여권과 회사 서류도 위조했다. 그동안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도 송환되지 않으려고 기를 쓰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선을 앞두고 들어오겠다고 나섰다. 그런 범법자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하튼 이 사건의 핵심은 이 후보의 관련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립적인 수사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신당은 근거도 없는 부풀리기 공세를 중단해야 하며, 한나라당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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