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지완]‘反시장적 가격규제’ 공정위의 헛발질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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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까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했다죠?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가격 규제를 담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공정위 체면만 손상될 텐데요.”

가격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던 이달 초 평소 친분이 있던 한 경제학 교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규개위는 18일 해당 법령의 가격 규제 조항에 대해 ‘철회 권고’ 결정을 내려 입법예고 이후 2개월여에 걸친 가격 규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기업의 혁신 노력을 가로막아 ‘개정(改正)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는 빗발치는 비판을 받아들인 셈이다.

공정위의 이번 공정거래법 시행령 추진과정은 기업에 대해 규제의 칼을 휘두르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행세해 온 공정위의 문제점을 잘 보여 주었다. 가격 규제에 대해 재계는 물론 재경부와 정보통신부 등 다른 경제부처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경제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이런 비판 속에서도 공정위는 무모해 보일 정도로 법령 개편 작업을 강행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격 규제를 적용하는 요건을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밀어붙인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공정위는 당초 입법예고안에서 제품 가격 외에 이익률 규제까지 하려고 했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수정안에서는 이익률 요건을 뺐다. 또 기술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의 경우에는 제외한다’는 표현을 개정안에 추가했지만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공정위가 주장한 가격 규제 논리가 애당초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 준 것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데 있어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지난달 6일 처음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신문이 각종 기사와 사설, 칼럼 등을 통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악’의 폐해를 잇달아 지적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만약 이런 언론의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반(反)시장적 가격 규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공정위의 또 다른 ‘칼’이 되지 않았을까.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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