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어이없는 착각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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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73에 붙였을 때 백 74로 밀고 들어간 뒤 76으로 째고 나간 것은 기세다. 심리상 누구라도 이렇게 반발하고 싶은 장면이다. 그러나 바둑이 아무리 기세의 싸움이라 할지라도 참을 땐 참아야 한다. 참을 때와 반발할 때를 가릴 줄 아는 자가 고수다. 지금은 유혹을 참고 백 76으로 81의 자리에 보강하는 게 최선이었다. 흑 77로 뻗자 기류가 심상치 않아졌다.

착각이었다. 백 76으로 째고 나간 것은 원성진 7단의 수읽기 회로에 오류가 있었던 탓이다. 백 78 이하 86까지 상대가 하도 당당하게 나오니 이희성 7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수가 있는 걸까? 슬며시 의심이 고개를 치켜든다. 백 88에 힘차게 끊는다. 어쩌자는 거지? 흑 89로 단수 치면 축인데…. 오히려 이희성 7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판을 뚫어져라 본다. 아무리 눈을 씻고 수를 읽어봐도 분명 축이다. 참고도 백 1로 나가면 흑 2, 4로 다음 A와 B를 맞봐 그만 아닌가.

백 90은 착각을 뒤늦게 깨달은 허망한 뒷걸음질. 뭔가 ‘원펀치’의 한 방이 숨어 있을 줄 알았지만 일순 꼬리를 내리고 허겁지겁 쌈지를 떴다. 이런 착각을 하고도 이기기를 바란다면 그건 프로 바둑이 아니다. 흑 91로 빵때리는 순간 승부도 결정되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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