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같은 스포츠센터인데…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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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40대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한모 씨.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집 근처에 있는 스포츠센터를 찾았다. 듣던 대로 규모가 크고 운동기구와 시설도 마음에 들었다.

한 달 회비 8만 원이 만만치 않았지만 한 씨는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투자는 해야지’ 하는 생각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근방의 유일한 스포츠센터라서 그런지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거나 달리는 사람, 무거운 운동기구를 번쩍 들어올리는 사람,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사람….

꾸준히 운동을 하던 어느 날, 동창 모임에 나간 한 씨는 친구들에게서 한 마디씩 말을 들었다.

“너, 요새 운동하니?”

“몸이 좋아졌네!”

“몸짱 되려고?”

매달 8만 원을 투자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중년 남성들의 모임이라 화제는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이어졌다. 한 친구는 주말마다 등산을 한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한다고 했다.

한 씨의 관심은 스포츠센터에 다닌다는 친구에게 있었다. 이 친구는 우연히도 같은 이름의 스포츠센터에 다니고 있었다. 물론 지점은 달랐다.

“넌 한 달 회비를 얼마나 내니?”

한 씨의 질문에 친구는 “10만 원”이라고 답했다.

“뭐, 10만 원?”

그 친구가 한 씨보다 부자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들어 보니 규모나 시설 면에서도 두 스포츠센터는 비슷했다. 그런데도 친구가 다니는 스포츠센터의 회비가 2만 원이나 비싼 것이다.

내용은 이랬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는 비슷한 규모의 스포츠센터가 하나 더 있어 손님이 두 곳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각각 수십억 원의 투자비를 들인 스포츠센터로서는 한정된 손님으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회비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친구가 설명했다.

그리고 친구는 덧붙였다.

“스포츠센터 측은 손님이 많이 늘어나면 회비를 인하해 줄 수 있다고 말하더라.”

이 말을 들은 한 씨는 평소 자기 동네에 스포츠센터가 한 곳밖에 없어 불만이라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독점이라고 무조건 싫어할 필요는 없구나.”

■이해

기업의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지는 현상을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생산에 필요한 공장과 기계 등 시설 투자에 100억 원이 들어간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기업이 물건을 100만 개 생산한다면 인건비 같은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때 물건 한 개를 생산하는 데 1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만약 물건을 200만 개 생산한다면 개당 생산 비용은 5000원으로 감소하며, 생산을 400만 개로 늘리면 개당 생산 비용은 더 줄어 2500원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물건에 대한 수요가 400만 개라고 하면 이 기업 혼자 전체 수요를 담당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낫다. 2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시장에 새 기업이 진입해 시장을 절반씩 나눠 갖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각 기업은 물건을 200만 개씩 생산하게 되고, 생산 비용이 개당 5000원으로 높아진다.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같이 규모의 경제가 현저하게 나타나면 한 기업이 시장 전체의 수요를 담당하는 게 더 낫다. 이때 해당 기업이 시장을 자연스럽게 독점하게 되는데 이를 ‘자연 독점’이라고 부른다.

결국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독점은 거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해당 기업이 독점력을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하는지를 감시하고 규제해야 된다.

물론 한 번 자연 독점 상태가 형성된다고 해서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 단가가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 현상이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가 지속된다고 상상해 보자. 초거대 공룡 기업 한 곳이 이 세상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컴퓨터를 전부 다 생산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조직이 비대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져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규모의 불경제’ 현상이 나타난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반적으로 수요가 증가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자연 독점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경영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경쟁 기업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독점 체제를 무너뜨린다.

결국 독점이냐, 경쟁 기업이 존재하느냐 하는 것도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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