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수신료 올려달라는 말이 나오나

  • 입력 2007년 6월 26일 21시 59분


KBS가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KBS는 오늘 열리는 이사회에서 인상안을 의결하고 방송위원회를 거쳐 9월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방만 경영과 편파 보도의 시정 등 KBS의 당면 과제부터 해결하라는 지적은 도외시한 채 인상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제 열린 공청회에서 “KBS가 먼저 획기적 변화를 보여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수신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함을 말해 준다.

KBS는 독재정권 시절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고, 민주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얼굴을 바꿔 가며 권력 편향적 보도를 해 왔다. 오죽하면 공청회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가장 큰 거부 요인은 2004년 탄핵 방송이나,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의혹을 여과 없이 수십 번 보도한 것 같은 편향성 때문이므로 공영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겠는가.

수신료를 인상하면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5300억 원에서 83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KBS는 디지털 방송 체제 전환과 난시청 해소를 수신료 인상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디지털 방송 체제 전환을 위한 막대한 재원을 왜 시청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수신료를 인상하는 대신 상업광고를 줄인다고 하지만 약속이 지켜질지 보장이 없다.

어떻게 광고를 줄일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일단 올리고 보자’는 얄팍한 술수일 뿐이다. KBS가 공청회에 제출한 자료는 “세밀한 데이터가 없고 미사여구로만 채워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가 공청회를 통과의례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국민을 또 한 번 우습게 보는 것이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한 시기에 수신료 인상을 관철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시각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수신료 인상 논의는 대통령 선거 뒤로 미루는 게 옳다. KBS는 이번 대선에서 ‘공정 방송’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 준 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물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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