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인석]‘분배정책 실패론’을 넘어서

  • 입력 200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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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6월이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경제정책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국민의 눈길도 미래로 향하고 있다. 다음 정권의 정책 화두와 주요 정책내용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에 사회의 내공을 모아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경제정책의 화두는 당연히 성장이 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미 그런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민소득 성장률을 4.5%로 잡으면 참여정부 5년의 평균성장률은 4.3% 정도다. 경제위기 이전 1990년대의 7.3%에 비하면 성장세의 둔화가 뚜렷하고, 그로 인한 국민적 불만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책을 내놓으려면 원인 분석부터 있어야 한다.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은 ‘분배정책 실패론’과 ‘샌드위치론’ 두 가지다.

참여정부 첫해였던 2003년 경제성장률이 3.1%로 급락할 무렵 등장해 인기를 끈 것이 ‘분배정책 실패론’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분배위주 정책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켰고 그로 인해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었다는 진단이었다. 그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기업의 실물투자 부진이 특히 증거로 강조됐다. 새 정부의 여러 정책이 좌파적으로 흘러 기업의 투자심리가 가라앉았다는 주장이었다.

성장둔화 구조적 원인 주목해야

한편 ‘샌드위치론’은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가운데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우리 경제가 점차 어려운 지경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설명은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언급으로 유행되고 있지만, 기원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미 산업 양극화가 언급된 바 있고, 경제위기 발생 직후에는 위기 발생 원인의 한 가지로 한국 경제의 중간적 위치가 논의되기도 하였다.

두 가지 분석 중 분배정책 실패론은 사실과의 부합성이 약하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지지부진하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작년 7.6%로 회복되었고, 올해에도 비슷한 정도 또는 그 이상의 설비투자가 가능해 보인다. 정책시차를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커져야 할 분배정책의 투자위축 효과가 작년부터 약화되었다는 것은 분배정책 실패론이 성장세 둔화의 원인이 되기에는 부적절함을 시사한다.

사실 한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참여정부 기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경제위기 직후의 반등 성장기였던 1999년을 제외하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합친 2000년부터 지난 8년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계산하면 5.1% 내외가 된다. 결국 5% 내외가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를 전제하고 나면 한 정권의 실정(失政)을 넘어선 경제의 구조와 환경을 구성하는 요인에서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이 1990년대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분배정책 실패론보다는 ‘샌드위치론’이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성장세 둔화와 관련하여 참여정부는 면죄부를 받아도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흔히 해 온 이야기가 있다. 경제성장률을 작위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부양정책을 택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은 그런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정권이 습관적으로 행해 온 선거철 부양정책을 삼갔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실책은 또 다른 ‘부작위’에 있다.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하여 어떤 일들을 해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궁하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있으니 애쓴 것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인적자본의 질적 개선보다는 형식적 평등에 치중되어 있는 교육제도 고수, 장기적으로 볼 때 명백한 재정 불안정 요인인 공적연금제도의 근본적 개혁 실패는 중요한 실정이다.

교육-연금개혁 없인 회복 어려워

다음 정권을 노리는 대선주자들의 정책논의는 교육개혁과 연금개혁 방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약책자의 제목이 ‘성장정책’이든 ‘분배정책’이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의 실정’이기는 참여정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인석 객원논설위원·중앙대 교수·경제학 ishi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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