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부정행위 일벌백계’ 美대학서 배울 점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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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는 거짓말을 하거나 훔치거나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며, 그런 행위를 하는 동료들도 용인하지 않는다.”

지난달 취재를 위해 미국 뉴욕 주(州)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미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조각물 형태로 적힌 이 같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생도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길목에 놓인 ‘명예 규정(the honor code)’이었다.

한국학생을 포함한 아시아계 유학생 9명이 미국 명문대인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부정행위로 퇴학조치를 당했다는 소식(본보 5월 24일자 15면 참조)을 접하고 이 명예규정이 떠올랐다. 당시 듀크대는 퇴학조치의 근거로 자교(自校)의 명예규정을 제시했다.

퇴학처벌을 받은 학생들이 항소를 했지만 기각될 경우 즉시 학생비자가 취소돼 2주 안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안 됐다. 가혹한 조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론 ‘의아함’이 느껴졌다. 한국 대학에서는 ‘한 번쯤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험 부정행위에 미국 대학은 왜 이렇게도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미국 대학생도 시험 중 절대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매카베 럿거스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 경영대학원생 56%는 적어도 한 번은 부정행위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법과대학원생의 경우 48%, 공과대학원생은 54%였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정직하지 못한 행위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달 초 인디애나대 치과대학원에서는 부정행위로 36명이 적발된 뒤 부정행위 정도에 따라 9명이 퇴학, 6명이 정학, 21명이 경고를 받았다. 역시 이달 초 미 공군사관학교에서는 31명의 생도가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18명이 퇴교 조치를 당했다.

듀크대 학부를 거쳐 올해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제이슨 림 씨는 “미국에선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의 글이나 의견을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표절행위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고 설명했다.

부정행위에 대해 퇴학조치까지 하는 미국을 보면서 한국 대학들도 부정행위와 표절 같은 부정직한 행위의 처벌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룰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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