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승연 회장 구속의 무거운 의미

  • 입력 2007년 5월 11일 2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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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해 구속 영장이 발부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영장 담당 법관은 ‘김 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공범과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했다’며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의 우려를 명시했다. 주요 재벌그룹 회장이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우리 사회와 재계에 주는 의미가 무겁다.

김 회장은 법정에서 비로소 “일시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별것 아닌 일을 크게 벌였다. 저처럼 어리석은 아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후회의 빛을 비쳤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흉기 사용 폭행, 흉기 사용 상해, 공동 감금, 공동 폭행, 공동 상해, 형법상 업무 방해 등 6개 혐의가 적용됐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 김 회장의 아들을 때린 종업원의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 피해자’까지 동원한 코미디 같은 사실까지 밝혀졌다.

재벌 회장의 법을 무시한 자세, 거칠게 말하면 금력으로 법질서를 주무르겠다는 오만이 없었다면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의 아리송한 방관과 침묵 속에 40여 일간 사건의 실체가 덮여 있었던 것도 우리 사회에서 법의 지배(支配)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김 회장은 수사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크게 실망을 주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빗나간 행동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처음엔 소환을 거부했고 경찰에 나와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인으로 일관했다.

재벌 회장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공인(公人)이다. 기업은 단단한 법의 보호 위에서만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회장은 누구보다 법질서를 존중해야 할 위치에 있다. 김 회장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벌인 사적 보복 행위와 일련의 대응 과정에서 보여 준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사법부는 재판 과정을 통해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엄정한 재판과 판결을 통해서만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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