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굶어도 强軍’, 南은 ‘봉이면 어떠냐’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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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제 인민군 창설 75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무력시위를 위해 1992년 군 창건 60주년 기념행사 이후 15년 만에 처음 48기의 미사일과 로켓부대까지 동원했다. 김격식 신임 총참모장은 “전군이 혁명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오늘 비록 배를 곯더라도 군대를 강군(强軍)으로 만들어야 휘황한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이야 굶어죽건 말건, 북 지도부의 관심이 오직 군사적 위협을 통한 체제유지에 있음을 거듭 확인해 준다.

남(南)에서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어제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대북 지원액은 연간 4000억 원 정도로 남한 인구 1인당 1만 원도 안 되는 돈”이라며 “(오늘) 아침 식사비만도 못한 것을 도와주면서 퍼 준다고 하면 주고도 욕먹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의 말이 아니라 북의 대남선전방송을 듣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 장관이 “식사비만도 못한 것을 도와준다”고 깎아내리는 판에 북한이라고 고마움을 느끼겠는가.

정부는 또 어제 북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100억 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남북교류협력기금 234억 원을 투입해 아파트형 공장을 무상으로 지어 주기로 했다. 그런데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북측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직장장을 통해서만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있고, 근로자들의 잦은 결근, 조퇴에 대해서는 ‘인권 모독’이라는 항의를 들을까 봐 불만 표시조차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북한은 내달 1일 창원에서 열릴 남북 노동자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조건으로 비행기삯과 숙식비 1억 원을 달라고 남측 노동단체에 요구해왔고 정부는 긍정 검토 중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된 2500만 달러 문제만 해도 북한은 ‘선(先) 송금’을 주장하며 여전히 버티고 있다.

북한의 이런 막무가내식 행태는 우리 정부가 북에 ‘배짱부리면 통한다’는 식의 학습효과를 안겨 준 결과다. 대북 지원에 관한 한 남한을 ‘봉’이라고 생각하는데 뭘 조심하고 두려워하겠는가. ‘나쁜 행동’이 보상을 통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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