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오공단]‘잘못된 지도자’ 안 만나려면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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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은 먹고 싶지 않은 요리와 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요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정책 결정자를 꾸짖기는 쉽지만 현명한 결정이 쉽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보좌관의 임무는 막중하다. 그런 일을 우습게 보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문제이며, 그런 사람에게 한 표를 찍는 시민도 문제다.

회사가 사장을 잘못 만나면 풍비박산이 난다. 잘못된 지도자는 나라를 말아먹는다. 우두머리는 집단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

미국도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는 중이다. 나는 후보를 제대로 인식하려고 그의 자서전을 읽거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모임이라면 꼬박꼬박 참석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한다. 잘못 선택한 대통령이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민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명한 한 표로 고생길 피해야

사람의 일생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국가 운영이라는 막중하고 신성한 임무가 주어질 수도 있다. 국가의 얼굴이 된다고 상상만 해도 나는 가슴이 콱 막힌다. 기막힌 재수와 운명, 그리고 책임을 생각하면 밤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 밤낮 가리지 않고 국민을 사랑하고 돌보고, 또 어떻게 하면 국가의 장래를 밝고 건강하게 할까를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가와 국민의 복리를 위해 죽도록 일하고 일에 지쳐 죽는다면 이 또한 행복할 것 같다. 특별히 사람을 사랑하고 희생정신이 강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신성한 일을 맡는 순간 개인의 이데올로기나 사사로운 욕심보다 역사와 국민의 심판이 무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치욕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생각만 해도 처절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나 같은 무명의 사람이 만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의 본능은 동서고금이 같다는 상식적 가정 아래 한마디 올리고 싶다. “굶주리고 헐벗고 일상의 고통에 신음하는 대다수 북한 국민을 위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 정책을 펴시오.”

자선행위를 한번도 하지 못한 사람에게 “부를 조금이라도 가난한 이들과 나누라”고 하면 멀리 도망갈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번 ‘주는 기쁨’을 맛본 사람은 주는 일이 새 업무가 된다. 조건 없이 주고 나누는 기쁨을 대신할 순수한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장군님, 한번 주어 보시오. 국민에게 쌀을 주고 자유를 주고 사랑을 주어 보시오. 당신을 미워하던 국민의 마음이 돌아옵니다. 한민족처럼 타인에게 관대한 민족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 때문에 고통을 당했던 사람도 당신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번 자선을 베풀어 보십시오. 그리고 역사에 이렇게 남으십시오.”

‘김정일은 정권 말기에 새 개혁정치를 시작했다. 푸른 바다가 뽕밭 된 듯 진기한 전환이 이루어졌다. 통치력은 상상보다 눈부셨다. 개혁을 밀어붙이고 국민을 잘 먹이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북조선공화국의 발전은 한국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그의 사후에 통일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역사가들은 김정일이 통일의 기초를 닦는 데 누구보다 큰 공헌을 했다고 기록했다.’

실제 김정일이 이런 개혁정책을 과감하게 편다면 김일성의 아들로 태어나 독재를 한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통일의 초석을 닦고 북한의 경제 활성화를 시작한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다. 통치 초기의 과오는 후반기에 이룩한 업적에 비해 미미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기적 같은 인격의 대전환과, 그 전환의 에너지를 불쌍한 국민을 위해 다 쏟아 부은 사실만 부각될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보다도 평화에 진정으로 공헌한 인물로 말이다. 한반도가 현대 역사상 배출한 가장 걸출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다.

인민 위한 개혁, 김정일이 한다면…

사람은 언젠가는 죽고 먼지가 된다. 자신이 역사 속에 위대하게 남을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정책을 결정하는 모든 지도자가 신성한 업무를 잘 수행하기를 바란다. 신성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지혜와 머리를 가진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해야 한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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