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줄어드는 男兒잉태

  • 입력 2007년 4월 18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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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남자와 여자의 성비(性比)는 105 대 100으로 생물학적 균형을 유지한다. 예외도 있다. 다윈은 ‘인류의 유래와 성 선택’이란 저서에서 19세기 리보니아 지역의 유대인 사회에서는 성비가 120 대 100이었다고 기록했다. 다윈도 그 이유를 몰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전쟁 기간과 이슬람 하렘에서는 남아(男兒) 출생 비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성장 과정에서 남아 사망률이 높다 보니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의 선택이 아닌가 하는 추론이 있을 뿐이다.

▷최근 남아 출산이 줄면서 성비 격차가 줄었다고 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보건대학원 데브라 리 데이비스 교수가 과학전문지 ‘환경보건전망’ 최신호에 쓴 걸 보면 미국은 1970년 105.5 대 100이던 성비가 2001년 104.6 대 100으로, 일본은 106.3 대 100이던 것이 105 대 100으로 좁혀졌다. 미미한 변동 같지만 환경오염이 남아 잉태 가능성을 낮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데이비스 교수는 주장한다.

▷환경독성물질이 유독 남아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Y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남성 태아의 생존 능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염색체 중에서도 성(性)을 결정하는 것은 Y염색체다. Y염색체가 있으면 남성, 없으면 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학적으로 Y염색체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X염색체는 Y염색체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고 염기서열도 길다. X염색체에는 수천 개의 유전자가 있는 반면 Y염색체에는 수십 개에 불과하다. X염색체를 ‘축복받은 염색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비 불균형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서유럽의 남자 인구 과잉이 전쟁 발발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고대의 많은 전쟁은 배우자를 확보하기 위한 남성들의 충돌이었다. 하지만 게놈프로젝트로 유전자 비밀이 풀리면서 Y염색체의 생물학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그 옛날 남성이 자손 번식을 위해 여성을 약탈해 온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같은 이유로 이젠 여성이 남성을 보살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건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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