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반집의 명암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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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의 진면목은 끝내기에서 드러난다. 두텁게 황소걸음으로 일관하면서 꾸준히 때를 기다린다. 그 인내심은 모래 함정을 만들어놓고 그 속에 매복한 채 며칠이고 먹잇감이 접근해 오길 기다리는 개미귀신과 같다. 이창호의 바둑을 ‘부동심(不動心)’ ‘기다림의 바둑’이라고 하는 이유다. 상대가 지칠 때까지 한없이 기다릴 수 있는 것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슈퍼컴퓨터와 같은 계산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근자에 이르러 ‘신산(神算)’으로까지 불리던 이창호의 끝내기가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일시적인 버그 현상인지 나이를 먹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현상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예전만 못하다.

흑 203이 패착 1호였다. 참고도 흑 1, 3으로 꽉 틀어막았으면 반집 이겼다. 백은 4로 대마를 살려야 하는데 이때 흑 5로 치중해 중앙에 백이 집을 낼 여지를 없앤다. 흑 11까지 교환된 모습과 실전 백 214까지 이루어진 모습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실전은 ‘가’의 중앙에 백이 한 집을 너끈히 건졌고 이 바람에 흑이 반집 이길 수 있는 국면이 백의 반집 승으로 뒤바뀌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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