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창용]패자는 보듬고 승자는 늘리자

  • 입력 200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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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6년에 상위 20% 가구가 월평균 634만 원을 번 반면, 하위 20% 가구는 83만 원을 버는 데 그쳤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소득 격차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대선 주자마다 양극화 해소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강조한다. 복지 지출의 확대, 누진세제의 강화, 사회안전망 구축이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이런 방식은 너무 소극적이라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다. 양극화는 기술 진보의 산물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이고 이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오히려 해결이 가능해진다.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에게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배후에는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로 상징되는 현대판 기술 진보가 자리 잡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은 과거와 달리 승리의 영광을 소수에게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아무리 출중한 경영자라도 여러 지역에 흩어진 수십 개 공장을 동시에 경영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제 휴대전화를 통해 어디에서라도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고 매시간 그 결과를 e메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능력이 고만고만한 여러 경영자를 둘 필요 없이 천문학적 연봉을 주더라도 똑똑한 최고경영자(CEO) 한 명을 고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기술의 발달로 양극화는 불가피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에게도 통신기술이 영향을 미친다. 회계법인은 초과수당을 주면서까지 직원에게 야간작업을 시킬 필요가 없다. 정시에 퇴근하면서 인터넷으로 인도나 중국의 회계법인으로 밀린 일을 보내 놓으면 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다음 날 아침까지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다. 통신기술 덕에 회계법인은 부자가 됐지만 회계사는 살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양극화의 주범으로 세계화와 해외 자본을 탓할 수는 없다. 동네 구멍가게가 어려워진 이유가 국내에 진출한 월마트 때문인가. 월마트가 없더라도 이마트가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월마트나 이마트가 없더라도 인터넷 쇼핑몰이 구멍가게의 가장 큰 적수다. 이렇듯 통신기술의 진보는 국제화와 맞물려 모든 산업과 직종에서 소득 양극화를 초래한다.

기술 진보로 인한 양극화 추세를 경제 정책으로 막기는 어렵다.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국내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 억지로 막다 보면 국제 경쟁력 약화로 국내 실업률만 높아진다. 구멍가게를 보호하려고 대형 마트를 막다 보면 소비자가 보는 손해가 구멍가게 주인이 받는 이익보다 더 클 수 있다. 복지 지출의 확대, 누진소득세 강화도 기술 진보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양극화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극화는 승자와 패자를 수반하기에 사회 안정을 위해 패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승자의 수를 늘리도록 노력하는 방법이 더 적극적인 정책이다.

교육 평준화 제도 개선과 교육 개방을 통해 외국어에 능통한 양질의 근로자를 길러 내야 한다. 그래야 인도나 중국을 대신해 우리가 해외 일류 기업의 아웃소싱 대상이 될 수 있다. 인도나 중국보다 임금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성과 근면성을 강조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외 기업이 사업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철학도 변해야 한다. 소득 격차는 무조건 나쁘고 공평히 나눠야 착한 사람이라는 식의 교육은 너무 도덕적이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불공평하니 그 안에서 승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주자.

저소득층 생계 위한 정책전환을

패자를 위한 정책도 전환이 필요하다. 복지 지출을 통한 직접 지원도 중요하지만 적은 소득으로 기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줘 저소득층의 불만을 줄이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 강남 집값 잡기보다 농수산물 개방, 서민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인 양극화 대책이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채권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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