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려운 역사 날조’ 중국의 동북공정 완결

  • 입력 2007년 1월 26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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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 총장은 선양(瀋陽)의 랴오닝 성 박물관에서 ‘랴오허(遼河)문명전’을 관람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가 중국의 역사라고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이들 세 나라가 한족(漢族)과 조선족이 섞여 살던 국가였으므로 한족이 세운 나라와 다름없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늘어놓았다고 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역사 날조에 우리 정부가 반박 한번 제대로 못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 이달 말 완결된다. 5년간 동북공정을 통해 수행한 107개의 연구과제 중 56개가 한국 관련 과제라니 한국 고대사를 통째로 바꿔 놓겠다는 중국의 집요함을 알 만하다. 중국의 ‘역사 침탈’은 우리의 역사적 뿌리와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중화(中華)의 변방으로 격하해 상황에 따라서는 다시 속국화할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반도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대비책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일맥상통한다. 북한의 붕괴로 북에 대한 관할권 시비가 벌어질 경우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함으로써 한국이나 미국의 진입을 막고 한반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굳히려 한다는 것이 공통된 관측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들어 중국이 한강 이북도 자기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데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동북공정 완결 이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고구려연구회 서길수 이사장은 29일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발표문에서 “중국은 한국과 마찰을 빚은 2004년 이후 동북공정 차원에선 한국 관련 연구를 거의 중단했지만, 대신 슬그머니 지방정부에 넘겨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지방정부인 지린 성 사회과학원이 학술지 ‘동북사지’를 창간하고 지난 3년간 무려 106편의 고구려 관련 논문을 실었음을 들고 있다.

우리 학계는 중국 중앙정부 주도의 동북공정이 완결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지방정부로 공이 넘어갔다고 구경만 할 것인가. 그러다간 고구려·발해 이후의 한반도 역사도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우기는 날이 올지 모른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주변 4강과의 관계 및 이것이 한반도의 운명에 미칠 영향을 냉철하게 헤아려야 할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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