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람들]‘마법의 성’ 가수 동부자산운용 팀장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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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가의 메카 서울 여의도. 냉혹한 자본시장의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인간미가 풀풀 넘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매주 목요일 화제의 여의도 증권맨을 소개한다.》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1994년 2인조 보컬 그룹 ‘더 클래식’이 불러 히트한 ‘마법의 성’의 도입부 가사다.

더 클래식의 멤버로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노래도 부른 사람은 김광진(42) 씨. 그는 한때 가수로 더 알려졌지만, 지금은 증권가 애널리스트(증시분석가)로 동부자산운용 조사분석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 치고 노래했지만 그건 취미였어요. 직업은 리서치팀장입니다.”

‘취미’라고 했지만 그가 2002년까지 발표한 7장의 앨범은 총 100만 장 이상 팔렸다.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 이승환의 ‘덩크슛’ 등은 모두 그의 곡이다.

하지만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2002년 이후 창작 활동은 ‘휴지기’에 들어갔다.

김 팀장은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라며 말끝을 흐렸지만, “증권사에서 운용사로 옮긴 뒤엔 주말에도 일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뜻이리라.

그는 2005년 11월 자신의 ‘브랜드’를 살린 ‘더 클래식 펀드’를 내놓았고, 최근 1년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상위 20%로 좋은 편이다. 공격적 투자보다는 시장(코스피지수)보다 한 뼘 정도 앞서겠다는 투자 원칙을 지키면서 장기 펀드로 운용하겠단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창작의 감수성과 냉정한 주식시장의 ‘접점’은 어디일까.

“음악도 주식투자도 시장(대중)의 마음을 읽고 잘 대응해야 성공하죠. 주식투자도 아트(예술)잖아요?”

가수와 창작 활동은 완전히 접은 걸까?

그는 “한때 재능에 비해 사랑을 많이 받은 가수였다”며 “좋은 음악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하다”고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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