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신욱]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큰 정치를!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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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출발해야 할 새해가 밝았건만 나라 안팎의 어수선한 사정은 우리를 우울하게만 한다.

나라 안을 보자. 온통 나라가 갈라진 느낌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경상도와 전라도가 갈라지더니 충청도도 여기 있다고 소리친다. 노사가 대립해 허구한 날 싸우더니 이제는 새해 벽두부터 폭력을 휘두른다.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서로를 증오의 눈으로 쳐다보고,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반목한다.

교사 사회가, 공무원 사회가, 시민 사회단체가 편을 갈라 서로 등을 돌린다.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도 신문과 방송이 서로를 욕한다. 신문은 또 신문끼리 보수다 진보다 하고 상대방을 비난한다. 지금 이 나라는 이렇게 핵분열 하듯이 분열되는 중이다.

어느 나라든 지역 간의 감정이나 계층 간의 갈등이 있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 현상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의 표출 정도를 넘는다. 자기와 시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고, 심지어 증오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를 승화시켜야 할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립과 반목의 목소리 커가는데

나라 밖을 보자. 북한은 한 손에 핵을 들고 세계를 상대로 추가 핵실험 운운한다. 또 한 손으로는 대한민국을 그들의 뜻대로 조종하려고 한다. 전통 우방은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보면서 언제 등을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이러하니 경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경제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빈부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외국 자본은 들어오지 않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가 늘어나는데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나라 안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국민을 하나로 묶고, 나라 밖의 난제를 극복하여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할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념도 신념도 없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는 일부 정치인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말만 무성하다.

여론의 용광로 구실을 해야 할 정당은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면서 자기편으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진정한 정당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선의 계절은 돌아왔고, 일부 정치인은 또 이합집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여당은 전현직 의장이 만나 이른바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을 망라하는 통합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은 헷갈린다. 평화개혁과 미래지향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 그들과 다른 세력을 모으겠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내용 없는 말의 성찬에 불과한 것 같다.

또 일각에서는 ‘중도개혁세력’을 아우르는 신당의 창당을 추진한다고 한다. 말이 좋아 중도이지 지금까지 우리 정치판에서의 중도는 필요에 따라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여당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야당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 도취돼 나라 안팎의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정책보다는 인기가 있을 만한 단편적인 공약의 제시에만 열을 올린다. 어느 쪽이든 흔들리는 국기(國基)를 바로잡을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해 답답하다.

갈등 조정할 정치 리더십 실종

정치인이 자신의 이념과 신념에 따라 모이고 헤어지고 하는 일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의 이합집산은 어쩐지 이념과 신념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니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뿌리 깊은 정당을 찾기가 어려워져 결국은 선거 때마다 정당 정책보다는 지역감정이 판을 좌우한다.

새해에는 참된 정당정치가 복원돼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큰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노동자 파업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그들의 표로 집권하였으면서도 불법 파업 참가자를 향해 “당신들의 표는 필요 없다”고 일갈했던 영국의 어느 총리처럼 자기를 희생하는 용기 있는 정치인이 그립다.

강신욱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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