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심회 진실 못 캐낸 국정원장 인사청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일심회 사건 때문에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김 내정자는 “일심회 사건이 간첩단 사건이냐”는 질문에 “검찰에 간첩죄를 의율(擬律)해 송치했다”면서도 “일심회 간첩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간첩단이 아니라 개개인이 저지른 간첩행위로 수사가 마무리될 조짐인가.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치권 386의 수사 방해 외압설이나 연계설(連繫說)의 진실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내정자는 민주노동당 외의 다른 정당 관련 여부나 민노당 내 포섭 대상자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김승규 국정원장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고 청문회를 마친 것은 진상 규명 의지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이 “국정원 내부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김 내정자의 승진에 반대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 출범 이래 처음으로 원장을 내부에서 발탁했다. 김 원장은 간첩 사건에 관해 “우리 사회의 실상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김 원장이 충격적이라던 간첩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는커녕 김 내정자는 ‘일심회 간첩단’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김 내정자는 국정원법을 내세워 수사 내용에 관한 언급을 회피했으나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국민의 알 권리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 일부 여당 의원은 우국충정에서 나온 김 원장의 발언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고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며 입을 막기에 바쁜 인상을 주었다.

여야 의원들의 구태(舊態)는 여전했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진상을 캐는 청문회가 아니라 말 실력을 과시하는 자리 같았다. 의원이 한참 연설을 하고 나서 김 내정자에게는 “예” “아니요” 또는 한 문장으로 짧게 대답하라고 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는 청문회를 쉽게 치를 수 있었다. 왜 이런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것인가.

검찰은 국정원 수사에 도장만 찍어 주고 기소할 일이 아니다. 송치받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386 외압설과 연계설의 실체까지 밝혀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