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秋건교의 ‘굴욕’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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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단상에 선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이 갑자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로데오게임을 아느냐”고 물었다. 추 장관이 영문을 모른 채 “예”라고 대답했다.

“소는 사람을 떨어뜨리려 하는데 사람은 안 떨어지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엔 떨어지죠?”

“예.”

“그런데 어떻게 떨어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어떤 모습으로 떨어지고 싶으세요?”

“…….”

고개를 떨어뜨린 추 장관은 아무 말을 못한 채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은 “침묵을 대답으로 간주하겠다”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날 추 장관은 얼핏 봐도 심하게 위축된 모습이었다. 국회의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치를 살폈다. 주눅이 들어 웅얼거리듯 답변할 때도 있었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였다. 준비 없는 인천 검단신도시 발표로 집값이 폭등하는데도 국회에 나와 “신도시 발표에 따른 어느 정도의 혼란은 감수해야 한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올해 4월에는 국회에서 충북 주민들과 호남고속전철 오송역 문제로 간담회를 하던 도중 서류를 내던지고 나가 버렸고, 지난해 4월에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질문에 26번이나 “잘 모르겠다”고 되뇌었다.

지난해 6월에는 국회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군청 수준’이라는 이명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피식’ 웃으며 “이 시장이 전시행정만 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그런 오만함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 부동산 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숱하게 나왔지만 정부는 한번도 “우리가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부동산 세력’이라는 적을 설정해 놓고서는 전투하듯 대책들을 쏟아냈다.

추 장관은 온 국민의 비난 여론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안 듯하다. 야당 여당은 물론 청와대에서조차 ‘문책 불가피’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는 궁지에 몰려 있다. 진작 민심 무서운 줄 알았더라면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절망하는 국민도 훨씬 줄었을 것이다.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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