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병일]中-印FTA, 한국의 대비는?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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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달 말 후진타오 주석의 인도 방문 때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할 계획임을 강력히 밝히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도 FTA 협상을 추진하자는 강한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파키스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아세안은 인구 17억, 중국-인도는 인구 24억을 묶는 초대형 FTA다.

중국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FTA 짝짓기에 나서는가? 중국에 있어 FTA는 성장 전략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앞으로도 1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이어나갈지는 논란이 있다. 중국 경제는 이미 과열 경기라는 진단을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해 FTA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이 일본 미국이 아닌 아세안과 인도를 FTA 체결 대상으로 삼고 있어 흥미롭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과 일본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중국의 생산단가가 워낙 싸 미일의 경계심을 자극하면서 FTA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시장개척-자본확보 ‘윈윈’전략

중국-인도 간 FTA가 처음 거론된 것은 3년 전이다. 2003년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FTA 협상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이듬해 4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인도를 찾아가 화답했다. 그러나 인도 경제계가 “중국과 섣불리 FTA를 추진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제동이 걸렸다.

2년 반 만에 중국이 인도와 다시 FTA를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여건이 성숙한 것으로 판단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주요국들 간의 FTA 짝짓기 구도에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자는 중국의 계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인도 경제계는 미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FTA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FTA를 통한 시장 개방은 소비자 후생의 증대와 경제 전반의 효율성 증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인도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FTA를 통해 양국이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여부다.

대부분의 FTA가 그렇듯 관세는 협정 체결 후 10년 이내에 극소수 품목을 제외하고는 철폐되지만 서비스와 투자의 개방 폭은 상대적으로 뒤진다. 이 때문에 인도가 비교우위에 있는 서비스산업에 대해 중국의 개방 폭이 낮고, 중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개방 폭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도 역시 FTA를 오랜 잠을 깨고 개방의 길로 들어선 인도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삼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인도는 FTA를 통해 자국 시장에의 특혜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대신 그들이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문화혁명의 홍역을 치르고 1970년대 후반부터 ‘흑묘백묘론(고양이가 쥐만 잡으면 되지 검은 고양이인지 흰 고양이인지는 상관없다)’으로 실용주의 간판을 내걸고 개방을 추진하기 시작한 중국. 수입대체산업 육성과 국내시장 보호로 일관해 오다 1990년대부터 개방의 빗장을 열어젖힌 인도. 세계의 공장으로 입지를 굳힌 중국. 세계의 콜센터와 소프트웨어 산업 기지로 등장한 인도. 이들은 서로 다른 계산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과의 유기적인 연결 속에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려 하고 있다.

한미FTA 이후 타지역 확대해야

이들 국가의 행보는 한국이 미국과의 FTA를 성공적으로 타결하고 다른 거대 경제권과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한국 기업들은 거대한 인도시장이 중국에 선점당하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국도 인도와 FTA 협상을 출범시켰고 꽤 진도가 나갔다. 한국이 중국보다 먼저 인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너무 좋아할 일은 못 된다.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상황에서 시장 선점의 기간은 잠깐이고, 결국은 경쟁력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FTA 네트워크 전략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경쟁력 증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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