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수]‘핵 확장억지’에 대한 억지해석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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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직후 열린 올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우리 측의 구체적인 요구안을 놓고 오해가 빚어져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일부분은 통역 실수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핵전략 운용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SCM에 앞서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MCM)에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핵전략 지침을 짜도록 임무가 부여되었다는 보도는 미국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왜 그런가?

미국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전통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국방장관도 군(장성) 출신은 임용될 수 없다. 지금의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을 포함해 전후 역대 국방장관이 모두 민간인 출신이었다.

재래식 무기와 달리 핵무기는 말 그대로 대량살상무기(WMD)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이 만주 폭격과 한국 내 전장에 핵무기 배치를 주장하다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맥아더 장군 해임은 중국과 소련까지 개입돼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핵무기의 운용은 야전군 사령관이 간여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국제정치적 상황이 깊이 고려되어야 하는 ‘핵전략’은 미 대통령이 국방부 관리와 백악관 참모진, 기타 싱크탱크의 도움을 받아 정한다.

다음으로 SCM 공동성명에 들어간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에 대해 “핵우산 제공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식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럼즈펠드 장관도 부인했지만 확장억지라는 말은 핵우산이라는 말을 부연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핵공격의 대상이 미국이면 ‘직접억지’라 하고 한국과 같은 제3국이면 ‘제3자억지(third-party deterrence)’ 또는 좀 더 일반적으로 ‘확장(확대)억지’라고 한다. 확대억지 중 대만해협에서 중국 미사일 발사 위기 시 미국이 핵 항모단을 급히 파견하는 것은 ‘긴급확대억지’로 분류된다.

미국이 2002년 1월 발표한 핵태세 보고서(NPR)에 따르면 탈냉전 시대의 확장억지는 재래식 억지를 위주로 하고 최후 단계에서 핵과 같은 WMD를 자위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핵선제 사용’ 정책을 미국이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될 경우 미국이 먼저 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북-중 간 군사동맹조약인 조중상호원조조약(1961년)에서처럼 유사시 미국의 ‘즉각 지원’을 보장하는 것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관련 조항(제3조)을 개정하는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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