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주공에 잘 보여야 산다”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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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에 잘 보여야 산다”

‘울며 겨자먹기’ 참여… 이 심정을 아시나요. 주공은 판교서 4490억 원 폭리.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100억 원 이상씩 덤핑 입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건설사들은 말합니다. “주공에 밉보이면 장사 못해 먹는다.” 칼자루를 쥔 자의 횡포. 그건 그렇다 치고 이게 부실공사의 빌미가 된다면?》

‘대한주택공사, 판교신도시 공동주택 용지 팔아 4490억 원 폭리.’

주공에 대한 국정감사가 이뤄졌던 다음 날인 18일 각 신문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주공이 오히려 땅 장사를 하는 바람에 아파트 값이 비싸졌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주공은 “학교 용지와 임대주택 조성 등 공공사업을 감안하면 이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건설회사 사람들과 나눈 얘기도 자연히 주공의 횡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판교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짓고 있는 회사들이 원가보다 낮은 공사비로 손해를 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엄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싶더군요.

A건설 관계자는 “(주공이 주는) 공사비가 원가보다 약 100억 원가량 적어서 입찰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며 “같이 들어간 업체들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털어놨습니다.

B건설도 수주한 공사비가 원가보다 약 125억 원가량 낮았고 C건설도 공사비가 원가의 95% 수준이었습니다.

판교 입찰을 준비했던 D건설 관계자는 “주공이 제시한 공사비가 원가보다 적어 결국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도 건설사들이 판교에 들어간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건축, 재개발을 주도하는 주공과의 협력관계가 장기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일감을 쥐고 있는 주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제발 우리 회사 이름은 밝히지 마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 이모 연구위원은 “주공 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업체들에 판교에 들어올 것을 요청했다”며 “일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공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주공의 한 간부는 “공공사업이다 보니 업체들이 만족할 만한 공사비를 주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주공은 이렇게 해서 남긴 돈으로 ‘국민 생활의 안정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대한주택공사법 제1조)하겠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김빠진 상태에서 주공 발주 공사에 참여한 회사들이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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