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아파트 수수께끼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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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업체가 두바이에 지은 아파트는 한국의 그것과 모양이 무척 다릅니다. 여기서 수수께끼. ○1 왜 복층구조 ○2 방과 방 사이 왜 멀까 ○31평도 안 되는 쪽방의 용도는? 답은 아랍국가 특징인 일부다처제와 하녀를 두고 사는 문화입니다. 역시 집도 문화입니다. 두바이선 두바이법을 따르라?》

집은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중견 건설사들이 앞 다퉈 해외에서 짓는 아파트를 보면 현지인들의 문화를 읽을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합니다.

반도건설과 성원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짓는 아파트를 예로 들어 볼까요. 성원건설은 ‘두바이 상떼빌’ 220평형 펜트하우스를 모두 복층(複層)으로 짓습니다.

일부다처제가 합법인 두바이에서 이 아파트를 사들일 만한 현지인이라면 아내가 2명 정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입니다. A부인과 B부인이 독립적인 공간을 쓰도록 해 되도록 마주치지 않게끔 배려(?)를 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지요.

그런가 하면 반도건설의 ‘유보라 두바이 타워’ 60평형대 아파트는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A부인의 방에서 B부인의 방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두바이에서는 20, 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에도 주방 옆에 1평 남짓한 하녀의 방(maid room)이 딸려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

‘오일달러’가 넘치는 두바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약 2850만 원)에 이르러 웬만한 가정에서는 하녀 한 명씩은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하녀의 월급은 우리 돈으로 40만 원 정도랍니다.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현지 아파트에 ‘수출’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동일하이빌이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시에서 분양한 아파트에는 화장실과 부엌에 한국식 온돌이 깔렸습니다. 영하 30도의 맹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까지 모델하우스에 와서 구경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다만 침실과 거실은 카펫을 깔기 때문에 온돌이 필요 없다고 하네요.

대주건설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에 건설하는 주상복합아파트 ‘홉슨 피오레’는 홈오토메이션을 완비해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을 제대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이 해외 주거문화를 반영하면서도 국내 아파트 문화를 접목시키는 ‘양동작전’을 구사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중견 건설사들의 이러한 노력이 ‘아파트 한류(韓流)’를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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