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미국 비자의 ‘벽’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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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A 씨는 지난주 미국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부인과 자녀들 것까지 함께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A 씨와 그의 가족들은 당분간 미국에 갈 계획이 없다고 하네요.

A 씨로부터 미국 비자 신청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의 비자거부 비율을 낮추기 위해 비자 발급 확률이 높은 대기업 직원들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비자를 신청했어요.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죠.”

한국인이 미국비자를 면제받으려면 한미 간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비자 발급 거부 비율’이 3% 미만이 돼야 양국 간 협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현재 주한 미대사관의 비자 거부 비율은 3.5%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0.5%포인트 이상 낮춰야 협상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결국 대기업 직원과 그 가족들이 대거 비자를 신청할 경우 비자 거부 비율이 낮아져 내년에는 비자 면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입니다. 이 경우 면제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도 높다고 하는군요.

전국경제인연합회 박대식 상무는 “양국 간 비자가 면제될 경우 교류가 활발해지고 경제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전경련은 5월 회장단 회의에서 재계 차원의 ‘비자 신청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6월 초 400여 개 회원사에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외교통상부도 전경련에 “비자 발급 거부 비율을 낮추는 데 나서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는군요.

결국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상당수 대기업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대기업들도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입니다.

‘될 사람’이 비자를 신청하는 것 못지않게 ‘안 될 사람’이 신청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형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 때 거래 중인 여행사들에 “비자 발급이 어려운 여행객이 무리하게 미국 비자를 신청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재계의 노력이 미국비자 면제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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