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옥륜]건보료 인상보다 관리개혁이 먼저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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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건강보험료를 6.5% 인상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두고 항간에 말이 많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다시 보험료 인상 타령을 하다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로 5000원 내던 보험료가 10만 원으로 뛴 사례에서 보듯이 집 한 채 가진 서민은 이제 보험료 거부운동까지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인상 방침에는 고령화사회를 맞아 보장성 강화와 기존의 저부담 저급여 체계를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많은 시민은 이러한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6%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보험료 인상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령 내년에 6.5%를 인상하더라도 건강보험이 반석 위에 놓이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며, 후년 이맘때 보험료 인상이 다시 되풀이될 것을 우려해서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경우는 크게 다음의 두 경우이다. 보험급여 확충을 위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든지, 적자 재정을 벌충하기 위해서다. 전자의 경우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이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후자는 보험료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군살’ 인력은 없는지, 조직의 생산성은 향상되고 있는지, 불투명한 지출은 없는지, 수십조 원의 보험료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해 보장성 확대라는 가면을 씌운 예는 없는지, 피보험자들의 의문은 그칠 줄을 모른다.

공단과 국민 사이에 이러한 의문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대화의 창은 닫혀 있다. 물론 공단의 많은 업적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공단은 피보험자들이 스스로 보험료를 더 부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체계를 피보험자 위주의 건강보험체계로 바꾸는 것이 첩경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하여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본인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의료 공급자의 과잉진료나 과잉청구를 줄이기 위하여 강도 높은 진료비 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하여 어떠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질문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내년에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이 땅에 태어난 지 30주년이 된다. 지금 서울에는 우리의 이 제도를 배우기 위하여 17개국에서 온 35명의 전문가가 사회보험 수련을 받고 있다. 그들 모두 우리의 급여비 통제 방법에 대하여 배우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가 낮은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이 정도 수준의 보험급여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들 나라도 진료비 심사나 본인 일부 부담제도를 나름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보험운영체계를 피보험자 위주의 체계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이다.

내년 공단 사회보험 교육과정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어야 하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보장성을 낮추더라도 보험료 인상은 안 된다”는 다수의 응답을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로 대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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