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써서 親與신문 돈 대주고, 비판신문 애 먹이기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과도한 신문 경품 및 공짜 신문 안 주고 안 받기’ 100만 인 서명운동 등 캠페인을 내달부터 벌인다고 한다. 민생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정부가 세금 써 가며 하는 짓이 운동권 단체를 닮아 가니 한심하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친(親)정권 신문을 도와줘도 신문시장 판도가 정권에 유리하게 바뀌지 않으니, 이런 해괴한 발상까지 한 모양이다.

캠페인은 서명운동뿐 아니라 전광판, 반상회보 등 가능한 모든 홍보수단을 이용할 태세다. 문화관광부, 소비자보호원, 신문발전위원회 같은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거 동원하고 친여(親與) 성향의 시민단체들과도 연계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일부 소비자단체는 이 사실을 전해듣고는 캠페인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내 신문업계의 연간 총매출액은 약 2조5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35%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산적한 현안들을 제쳐 두고 이런 신문시장을 인위적으로 흔들겠다고 나서니 정치적 하수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요 표적은 역시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비판신문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 들어 공정위는 신문고시 개정에 이어 신고포상제까지 도입하는 등 비판신문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성에 차지 않은 듯하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경쟁법 분야에 밝은 교수 출신이다. 우선 그에게 묻는다. 이런 방식이 공정 경쟁의 원칙에 맞는 것인가. 이런 일에 정부기관이 동원되는 게 납세자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라고 보는가. 지하철과 버스정류장마다 무가지(無價紙)가 넘쳐 나는데 비판신문의 홍보지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사리에 맞는 일인가.

현 정부가 신문을 다루는 방식은 한마디로 비판신문을 옥죄고 친여신문에는 ‘당근’을 주자는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는 일부 신문에 대해 아예 무상지원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국민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런 돈을 받는 신문을 위해 고생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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