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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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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은 원자재와 에너지가 투입되는 제조업과 다르다. 인력과 작업 공간만이 필요한 게임산업, 영상산업, 문화산업이 대표적이다. ‘플랜트 콘텐츠’란 ‘공장을 짓는 지식의 덩어리’로 전문가들은 ‘플랜트 EPC’라고도 부른다. EPC는 설계-조달-시공의 약자이다. 플랜트 콘텐츠 산업이란 공장을 설계하고 기자재를 구해서 지어 주는 업종이다.
1차 중동 붐이 일어났던 1970년대 국내 기능인은 선진국의 플랜트 EPC 업체에 고용돼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요즘은 국내 플랜트 EPC 업체가 외국 기능인을 고용해 플랜트를 완성시켜 돈을 번다. ‘단순 해외 건설의 시대’에서 ‘플랜트 콘텐츠 산업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요즘이야말로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벌어들인 곳에 가서 공장을 지어 주는 사업을 확장할 때다. 최근 산유국은 땅에서 퍼 올린 원유 혹은 가스를 그대로 수출하는 대신 정유, 가스처리, 석유화학 공장을 지어 나프타 혹은 액화천연가스(LNG)로 가공해 고가로 판매하려 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플랜트 산업 재투자가 늘고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재투자액은 커지고 우리나라의 플랜트 EPC 수주액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육성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관련 업종의 성장률은 대부분 유가와 반비례하는 데 비해 플랜트 콘텐츠 산업은 오히려 유가에 비례하여 성장이 가능하다. 현대 대우 GS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삼성건설 등 건설회사의 플랜트사업본부가 제2중동 붐을 타고 작년 한 해 10조 원의 오일 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엔 15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플랜트 콘텐츠 산업은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는데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 산업에서는 넓은 땅과 비싼 장비가 아니라 ‘경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급하다고 혹은 능력 있다고 2년 경력을 1년에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경력자의 맥이 끊긴다는 것은 산업의 육성에 치명적이다.
일본의 유수 플랜트 EPC 업체는 한국에 법인을 설치하고 엔지니어를 뽑아가고 있다. 플랜트 엔지니어 7년 경력 기준으로 연봉을 1억8000만 원 준다고 한다. 국내 업체는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려 인도나 루마니아에서 급하게 데려와 근무시키고 있으나 연봉이 1억 원이 넘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앞으로 유가 상승이 계속되면 매년 20조 원 이상의 수주가 예상되는데 인력 부족과 엔지니어 고령화가 심각하다. 값비싼 외국 엔지니어 인력을 데려와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수출 통계에 ‘플랜트’라는 항목이 없고 정부의 기술 분류에 ‘플랜트 EPC 사업’ 관련 기술이 없는 등 인력을 키울 토양이 부족하다. 금융 관리 공학이 융합되는 고급기술 산업인 플랜트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 관련 부서가 힘을 합쳐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헌 한양대 교수·한국 플랜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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