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柳복지 ‘FTA 분통’ 국익은 따져봤나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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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협상해 보기도 전에 미국 쪽이 협상 테이블을 엎어 버렸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품분과 1차 협상이 12일 중단된 데 대해 13일 오후 거친 표현을 써 가며 비난했다.

유 장관은 이날 전북 임실군 고령마을을 찾아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임실노인회 관계자 등 10여 명과 간담회를 하다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제도를 놓고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시한에 쫓겨 협상 그 자체가 목적이 될 경우 국익에 위해가 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국익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해 달라”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왜 자신이 한 말을 해명해야 했을까.

한미 FTA 의약품분과 협상에서 양국은 한국 정부가 9월부터 실시하려는 ‘의약품 포지티브 시스템’을 둘러싸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는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일지라도 가격 대비 효과가 높은 의약품만 건강보험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식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싼 신약 가격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는 게 유 장관의 생각이다.

5월 3일 이 제도가 발표되자 다국적 제약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장에서 이 제도가 자국 제약사의 신약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부당한 간섭으로 비칠 수도 있다. 포지티브 시스템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유 장관으로서는 화가 날 법도 하다. 그는 양국이 공식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석에서 협상 대상국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화풀이를 했다.

이번 협상은 첨예한 국익 확보 전쟁이다. 마지막에 승리하기 위해선 화를 삭이고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미국의 주무 부처 장관이 이 협상을 유 장관과 같은 방식으로 비난했다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유 장관은 취임 이후 “사람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조심을 해 왔다. 그의 발언이 ‘독설 정치인 유시민’으로 되돌아가는 신호탄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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