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태훈]재산세 손보려 지방자치 뿌리 흔들건가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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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돈 많은 강남의 세금만 깎아 주는 ‘부자를 위한 공화국’이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급격하게 높인 탓에 자치구가 재산세 부담을 줄여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0곳이 재산세를 10∼50% 감면해 주면서 자치구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갖고 있더라도 재산세를 덜 깎아 준 자치구의 주민은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금 역전’ 현상이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10일 올해 정기국회에서 지방세법 개정을 논의할 때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50%까지 낮출 수 있는 재산세 탄력세율 적용 비율을 20∼30%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도 11일 “재산세 역전은 부동산 투기대책의 대상이 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입법 취지를 잘못 적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자치구가 재산세를 대폭 깎아 주면 지역 간 과세 불형평을 초래하고 주민복지혜택의 감소,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 차질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주장이다.

‘세금 역전’ 현상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부자구’의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재산세를 깎아 주면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측면도 있다.

정부가 재산세 정책에 있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고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대응책은 곤란하다. 정부는 공공연하게 “지방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해당 자치구에 조정교부금을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 서울시 등 일선 자치단체들은 “재산세 부여는 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이라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 운용의 책임을 자치단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세 전문가들도 정부가 지방세법을 바꾸면서까지 자치구의 재산세 운영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1년.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황태훈 사회부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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