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創業 규제 하나 못 풀면서 ‘개혁 타령’만 하니

  • 입력 2006년 6월 23일 03시 01분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모든 정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결정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회사법인을 설립하려면 미국의 9.6배나 되는 서류가 필요하고 비용도 2배 가까이 든다고 한다. 창업을 어렵게 하는 이런 규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규제개혁과 정부혁신을 자화자찬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다.

산업연구원은 회사법인 설립에 48가지 서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5가지, 캐나다는 7가지에 불과하다. 국내의 창업절차는 발기인 구성부터 공증, 채권매입, 등기신청, 설립신고까지 16단계를 거쳐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13단계지만 6단계 이후는 보고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자본금 5000만 원의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서류 공증 10만 원, 등록세 24만 원, 법무사 대행수수료 53만 원 등 99만5000원이 든다. 미국은 56만5000원, 캐나다는 57만4000원이다.

서류작성이나 상호(商號)선정도 쉽지 않다. 상호가 같거나 비슷하다는 이유로 등기신청 때 상호를 변경해야 했던 창업기업이 조사대상의 3분의 1에 달했다. 또 법인설립 서류의 표준화가 안 돼 있고 견본도 제시되지 않아 등기서류 등 모든 서류작성 절차를 법무사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90%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조업 공장을 짓는 창업의 경우 규제가 무려 328건이다. 골프장을 지으려면 도장만 700여 개를 받아야 한다. 세계 97위인 창업환경 아래에선 청년실업자가 줄어들기 어렵다.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창업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관련 법률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지만 여전히 미덥지 않다. 말로만 전자정부, 혁신정부 떠들 것이 아니라 각종 인허가 신청 등 행정절차라도 대폭 간소화할 일이다. 성장활력을 되찾아 일자리를 늘리려면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와 출자총액 제한부터 풀어야 한다. 이런 개혁이야말로 경제부총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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