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연줄서 실력으로… 상고 출신 만세!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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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긴 여행이 끝났다.

지난해 10월 개막된 올 시즌 프로농구가 삼성의 챔피언 탄생을 끝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코트에선 승리의 함성과 패배의 한숨이 엇갈리며 그 어느 때보다 열전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삼성과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은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교될 만큼 삼성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모비스의 반격도 거셌다. 결과만 보면 삼성의 4연승으로 끝났지만 모비스는 경기마다 막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삼성과 모비스는 예년처럼 성적만을 앞세운 감정 대립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승자나 패자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는 흐뭇한 장면이 이어졌다.

양 팀 모두 이런저런 연줄에 얽매이던 농구 코트의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새 바람을 불어넣은 대목도 높이 살 만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상황에 따라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는 다양한 색깔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며 사상 최초로 상고(광신상고) 출신 챔피언 사령탑에 올랐다. 삼성 강혁 역시 상고(삼일상고)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 선수의 영광을 안았다.

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모비스도 마찬가지다. 유재학 감독과 임근배 코치는 어떤 학연도 없지만 호흡을 탄탄히 맞춰 가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유 감독은 용산중-경복고-연세대로 농구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간판보다는 철저한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으로 이병석 양동근 이창수 하상윤 등을 키워 내며 전력을 극대화했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뜻 깊은 통산 10번째 챔프전에서 보여 준 삼성과 모비스의 멋진 한판 대결이 또 다른 10년을 향한 프로농구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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