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성호]‘요덕스토리’는 계속 쓰여야 한다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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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상황을 다룬 뮤지컬 ‘요덕스토리’가 큰 성과를 거두고 공연을 마쳤다. 이번 공연은 북한 인권의 끔찍한 서사시를 무대 위에 올려놓아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또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의 민간 동력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 국민의 북한 인권 무관심증도 많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관람객 2만2000여 명 중 상당수는 그동안 북한 인권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이었다고 한다. 뮤지컬을 연출한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은 이 점이 더욱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니, 잘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요덕스토리’는 북한 인권 침해 사실의 ‘기록물’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기록은 단편적이고 일회성의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서독은 분단 기간에 동독 정권이 자행한 인권 침해 사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일을 잘한 것으로 유명하다. 1961년 8월 동독은 베를린 장벽을 세워 동서 베를린 간의 자유로운 교통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독 정부는 장벽 건설 및 동독 내의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동독의 비인도적, 반(反)법치국가적 범죄행위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 보존해 향후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구로 같은 해 11월 니더작센 주 잘츠기터 시에 주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중앙법무기록보존소’를 출범시켰다.

일명 ‘동독지역 정치적 폭행기록보존소’로 불리는 중앙법무기록보존소는 동독이 저지른 탈출 기도 주민 살상행위와 납치 구금 등 각종 인권 탄압 범죄행위를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하고, 그 증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 보존했다. 독일이 통일되기까지 이곳에서 30년간 약 4만 건의 범죄행위를 수집했다. 1991년에는 30년간의 활동을 하나의 보고서로 묶어 발간했다. 중앙법무기록보존소는 한마디로 서독의 법률이 동독에도 효력을 미친다는 것을 선언하는 상징적 존재였다.

우리도 서독의 경험을 배워 북한 인권 침해 사실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기록하고 보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비록 현실적으로는 우리의 사법권이 북한지역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법률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장차 통일이 이루어진 후 북한의 반인권적 범죄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우리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의 정신을 인권 차원에서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조치는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자들에 대해선 강한 경고가 될 것이요, 억압받는 북한 주민에게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이 단기적으론 강력히 반발하겠지만, 결국엔 가혹한 인권 침해를 스스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인권에 소극적이었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 주면 더욱 좋겠다. 가칭 ‘북한 인권 기록보존소’를 국가인권위원회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다.

요덕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요덕스토리는 앞으로도 계속 쓰여야 한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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