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정치에 바람맞은 경제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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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만큼 바쁜 사람도 많진 않을 겁니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래시장, 복지단체, 고등학교까지 현장 방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과 중소기업인 정책간담회’에도 원래 정 의장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행사 하루 전날 밤 중기협 측에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했습니다. 기자회견 일정이 있다는 이유였죠.

정 의장 대신 김한길 원내대표가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예정돼 있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는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여당 의장이 직접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 일찍부터 서울로 올라온 4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중기협 관계자는 “예전에도 당 수뇌부가 와서 성의 없이 자리만 지키고 가더니 이젠 약속마저 깬다”며 “도대체 바쁜 사람 불러놓고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중소기업인은 “여기보다 더 바쁜 일이 있나 보죠”라며 씁쓸해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열린우리당이 먼저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약속도 비교적 오래전부터 잡혀 있었죠.

중기협은 이해찬 국무총리가 물러난 뒤 더욱 힘이 실린 정 의장이 온다며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건의할 정책 자료를 만드느라 며칠 밤 고생도 했죠. 하지만 일방적인 약속 취소에 황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정 의장이 기업인들을 바람맞힌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상공인의 날’이었던 15일에도 기념식 행사 직전에 경제 5단체장과 30분간 만나자고 해놓고 행사 며칠 전 약속을 돌연 취소했습니다.

이때 경제단체들은 “경제계 원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협의도 없이 취소한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선거철에 경제인들을 들러리로 활용하지 말라는 뜻이었죠.

이날 기업인들은 “정부 여당과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애로사항을 건의했지만 고쳐진 것은 하나도 없다”며 여당 지도부를 질타했습니다. 김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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