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뜻’ 앞세워 女協회장 된 金화중 씨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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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새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앞두고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장 후보로) 청와대의 허가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협의 일부 회원단체 대표들이 김 씨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회장 불가론’을 펴자 ‘청와대의 뜻’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단독 후보로 찬반 투표라는 요식 절차를 거쳐 회장이 됐다.

김 씨는 “대통령특보라는 신분 때문에 대통령비서실과 논의했을 뿐 허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뜻’을 앞세운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가 낙점(落點)했으니 선출해 달라’고 시위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무현 정권과 김 씨의 관계를 보면 양쪽의 의도가 읽혀진다. 김 씨는 노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이고, 2004년 6월 장관에서 물러난 지 12일 만에 대통령보건복지특별보좌관이 돼 지난달 27일까지 직을 유지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 후보 보건의료특보로 활동했다. 그런 사람이 회장이 되는데도 여협의 ‘정파적 오염’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경제단체 선거에까지 청와대의 입김이 깊숙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 단체가 ‘정권의 뜻’을 받들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구시대적이다. 그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새 회장으로 뽑은 한국무역협회도 딱 떨어지는 사례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 회원사들은 ‘낙하산 회장’에 반발했지만 김재철 회장 등 물러나는 회장단은 기립 찬반 투표 방식으로 이 씨를 회장에 선출했다. 정권 측이나 민간 쪽이나 입으로는 자유와 자율을 되뇌지만 ‘권력의 작용’과 이에 대한 야합(野合)이 여전히 한국적 현실임을 보여 준다.

정권에 코드화된 인물들이 시민사회단체와 경제단체를 이끌면서 이들 단체를 정권에 코드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권이 ‘내 사람’을 심으려는 뜻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정권과 그런 단체들은 대다수 국민과 무관한 ‘그들만의 이익 교환’을 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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