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성철]사학설립자 모욕하는 靑 교육비서관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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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金津經) 대통령교육문화비서관이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블로그에 개정 사립학교법과 관련한 글 한 편을 올렸다.

‘평야지대에 사립학교가 많은 이유’라는 제목부터 심상찮다. 김 비서관은 이 글 첫머리에서 “우리나라 중등 사립학교는 평야지대에 많고 강원도 같은 산간지역에는 거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가 내놓은 해답은 대지주들이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너도 나도 사립학교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것. 이승만 정부 시절, 사립학교 재단을 설립해 토지를 재단의 재산으로 등록하면 그 토지는 토지개혁 대상에서 제외해 준다는 유인책에 따라 대지주들이 사립학교를 많이 세웠다는 설명이다.

물론 김 비서관의 주장과 같은 의도로 세워진 사립학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공직자의 발언으로는 신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미래를 짊어질 동량을 길러낸다는 순수한 의도로 귀중한 재산을 출연한 독지가에게는 더없는 모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글에서 “사학의 24.4%를 차지하는 종교사학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학이며 광복 이후 왜곡된 사학 정책에 피해를 받아 왔다”는 주장도 했다. ‘종교계는 이번 사학법 개정의 ‘타깃’이 아니니 너무 나서서 반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이해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개정 사학법 논란 와중에 비리 집단으로 몰린 사학 관계자들의 감정은 가뜩이나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궁금한 것은 김 비서관이 이 시점에서 이런 내용의 글을 발표해 사학재단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사학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악질적 사학 비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잘된 일”이라는 발언을 해 사학단체가 김 부총리의 퇴진 운동을 결의한 적도 있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개정 사학법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을 다독이고 설득하는 것이 대통령교육비서관이나 교육부총리의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사학 관계자를 자극하며 갈등의 불을 지핀다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홍성철 교육생활부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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