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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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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기 자원이 많아도 부가 지속되기 힘든 사례는 국가 차원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려면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재화의 확대 재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있는 재산 팔아 당장 잘 먹을 수는 있지만 꾸준히 소득이 있는 경우에 비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 중에 경제가 추락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불과 몇십 년 만에 전쟁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나마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결과다. 없는 것은 밖에서 빌려 오고 내부의 씀씀이는 줄이면서 자원 제약하의 생산 극대화를 이루려 했다. 그런데 몸으로 때우고 양으로 밀어붙이는 성장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를 직시하지 못한 대가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상당 부분 남아 있고, 가계나 기업의 의사결정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정부의 정책 환경 역시 어려워졌다. 경제 개발 초기와는 달리 경제 규모가 커진 지금은 수출시장 못지않게 내수시장의 관리가 중요하다. 지식 기반의 개방경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요소의 양적 팽창보다는 생산성의 향상이 필수다. 인구의 고령화 구조는 정부 재정의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가뜩이나 계층 집단 지역 간 격차 문제에 시달리는 사회에 세대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불씨를 던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고도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던 1960년대 초반에 맞먹는 생존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오늘 태어나는 세대가 지금의 50대가 누려 온 소득상승률의 절반이라도 되풀이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배가 부르면 마음 또한 느슨해지는지 일반 대중이나 사회 지도층이나 별로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정치권이 마치 정부 예산에는 제약이 없는 것처럼 생색내는 법안을 쏟아 내면 일반인들은 정부 돈을 ‘눈먼 돈’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재분배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복지제도가 확충되고 관련 예산을 늘린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비용은 무시하고 편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역구 의원들이 고향에 다리 하나라도 더 놓겠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합리적인’ 판단이다. 편익은 자기 표밭에 몰리지만 비용은 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예산 제약을 못 느끼는 이들의 도덕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어지간한 경제 사업은 민영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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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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