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해병대 첫父女 이명기 원사-이미희 대위

입력 2005-12-02 03:08수정 2009-10-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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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교육훈련단 소속인 이명기 원사가 1일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딸 이미희 대위에게 부대장 대신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부녀 사이지만 부대 안에서는 계급대로 ‘이 대위’ ‘이 원사’로 부른다. 포항=연합뉴스
“필승! 신고합니다. 중위 이미희 외 3명은 12월 1일부로 대위 진급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필승!”

1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교육훈련단 부대장실.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한 4명 가운데 홍일점인 이미희(李美嬉·26·장교교육대대) 대위가 대표로 진급 신고를 했다.

밖에서는 이 대위의 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이명기(李明基·51) 원사. 신고가 끝나자 이 원사는 딸의 어깨에 대위 계급장을 올려놓았다. 부대의 배려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계급장을 달아주게 됐다.

이 대위는 “아버지가 달아준 계급장이어서 어깨가 더 무겁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딸이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기는 1949년 해병대 창설 이후 처음.

이 대위는 계명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사관후보생 97기로 해병에 입대했다. 지난해 1월부터 교육훈련단에서 사관후보생 교육을 담당하는 첫 여성 교관이 됐다.

교관 5명 가운데 이 대위는 유일한 여성. 대부분 남자인 후보생은 여성 교관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수료할 때면 “여자가 더 무섭다”는 말을 한다고 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위는 키 162cm, 몸무게 50kg의 왜소한 체격이지만 완전 군장(20kg) 상태에서 20km 구보를 맨 앞에서 거뜬히 해낸다. 해병대의 꽃인 상륙작전 훈련에서 늘 앞장서서 후보생을 독려한다.

그는 “해병대는 육해공군의 특징을 결합해 언제 어디서나 작전을 펼칠 수 있는 ‘다목적 기동군’을 지향한다”며 “교관은 후보생보다 훈련을 잘 해내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31년째 해병에 근무 중인 이 원사는 지난달 교육훈련단으로 전입했다. 군인아파트에서 있을 때 부녀는 서로 ‘아빠’ ‘미희야’라고 부르지만 부대 안에 들어서면 호칭이 ‘이 원사’ ‘이 대위님’으로 바뀐다.

부대 안에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한 번씩 간부식당에서 만날 때면 이 원사는 이 대위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이 대위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해병 군복이 자랑스러워 대학 3학년 때 해병장교의 꿈을 준비했다”며 “아버지의 뒤를 잇는다는 마음으로 해병대의 명예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둘째 딸(24)도 2년 전에 해군 대위와 결혼했다는 이 원사는 “집에서나 부대에서 해병장교가 된 딸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척 흐뭇하다”며 “유능한 해병장교로 성장하도록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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