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미니신도시? 뉴타운? 한 동네 두 개발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같은 거여동인데 한쪽은 미니신도시, 한쪽은 뉴타운으로 개발한다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거여2동 주민)

“주민들이 어차피 같은 도로, 상하수도를 사용하고 아이들도 한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앙 정부와 협의할 게 많은데 걱정이다.”(서울시 뉴타운 사업 관계자)

서울시와 정부가 이틀 간격으로 송파구 거여동 일대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두 사업은 같은 동(洞)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추진되지만 사업 성격은 사뭇 다르다.

우선 개발 목적부터 차이가 있다. 서울시 뉴타운 사업은 낙후 지역을 재개발하는 일종의 ‘달동네’ 개선 사업이다. 거여 뉴타운 지역의 59%가 노후 불량 주택이고 골목길은 비좁아 두 사람이 지나기도 어렵다.

정부의 미니신도시는 강남의 집값을 잡는 데 초점이 맞춰진 부동산 대책이다. 강남의 고급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 분당을 능가하는 깔끔한 신도시로 개발될 전망이다.

개발 주체도 다르다. 뉴타운 사업은 현지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건설회사를 유치해 마을을 새롭게 만드는 민간 재개발 사업이다. 반면 미니신도시는 정부가 국공유지인 특전사 터나 남성대 골프장을 수용해 개발하는 정부 공영 개발 사업이다.

이처럼 행정 구역만 같을 뿐 개발 목적도, 주체도 다른 두 사업을 그렇지 않아도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서울시와 정부가 따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청계천 물 값 시비에서 알 수 있듯 길 하나 내는 것에서부터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두 계획을 세우면서도 서울시와 정부는 그 흔한 실무자 회의 한번 하지 않았다. 과거 서울시가 두 차례의 뉴타운 사업을 세우는 과정에서는 건설교통부와 감정싸움을 벌인 경우가 잦았다.

도시계획은 도로 상하수도 같은 시설 문제는 물론이고 자녀 교육 문제, 빈부 격차에 따르는 주민 간 위화감 등 미묘한 부분까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거여동 주민은 서울 시민이면서 국민이다. 그래서 지방세도 내고 국세도 낸다.

이번 거여동 일대 개발만큼은 정부와 서울시가 불협화음 없이 현지 주민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조화롭고 일관되게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현 사회부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