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위 편파방송 논란

  • 입력 2005년 7월 15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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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평택시 팽성읍에서 있었던 ‘ 미군기지 반대시위’ 에 대한 보도와 관련, 일부 인터넷 언론과 공중파 방송이 편파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시위대의 폭력성은 외면한 채 경찰의 강경진압 모습만을 집중보도했다는 것.

당일 현장에서 중계 보도를 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경찰이 시민들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진압해 시위가 격렬해졌으며 2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하면서 시민단체가 제공한 동영상을 함께 서비스 했다. 이 동영상에는 강경진압을 독촉하는 경찰 간부의 육성과 경찰의 강경진압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에 14일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오마이뉴스’에 반론문을 보내 “평택시위는 위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과격시위였다”며 “시위대들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제한선인 ‘폴리스라인’을 무시한 채 미군기지 철조망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적으로 사유지를 넘고 폭력을 행사하는 집회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할 의무가 경찰에게는 있다”며 “시위참가자들의 입장에 치우친 ‘오마이뉴스’의 보도는 너무나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서 제공한 '7ㆍ10 평택시위’동영상 보기

시민단체 자료실의 '7ㆍ10 평택시위’동영상 보기

이 반론문을 실어준 뒤 오마이뉴스는 다시 기사를 통해 “시위대의 평화로운 행진 속에 경찰 지휘부는 먼저 ‘(시위자의) 상체를 공략하여 논밭으로 과감히 쓰러뜨린다!’ 등의 자극적인 명령을 내렸다”며 “행진 시작 10분 후 경찰은 시위대의 길목을 막았다. 몇 번의 실랑이가 있은 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KBS ‘시사투나잇’의 ‘평택시위 보도’도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시사투나잇’은 지난 12일 평택시위 소식을 전하며 경찰의 강경 진압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경찰이 저렇게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하다니” “과연 어느 나라를 지키는 경찰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방송 후 ‘시사투나잇’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 글이 쇄도했다.

시청자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은 시위대의 쇠파이프와 죽창, 각목 등에 맞서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보도는 너무나 일방적이다”고 방송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이태우 씨는 “날카롭게 갈아세운 죽창과 쇠파이프를 ‘휙휙’ 휘두르며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는 불법시위가 공영방송에서는 평화시위로 둔갑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전경 한상찬 씨는 “중립적 입장에서 양쪽 의견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하는데 방송은 그런 언론의 의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병길 씨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은 잘못이다”며 “불법시위라도 그들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고 폭력이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사투나잇’ 이강택 PD는 편파보도 지적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홈페이지 게시판의 글이 공정한 여론의 반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방송을 오해한 측면도 있고 일부 특정 이익 집단이 온라인 위력 시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시위대가 잘했다거나 전경들을 비난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시위대와 전경간의 과잉진압이다, 폭력시위다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을 선동하는 명령을 하며 전경들을 지휘한 경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도 일부 언론이 시위대에 유리하게 보도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오히려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일부 언론은 경찰의 발언은 생생하게, 범대위의 발언은 잘 들리지 않거나 화면을 어둡게 처리하는 등 경찰에 유리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범대위는 또 “이번 시위의 본질 자체는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있다. 경찰은 사전에 조직적인 강경진압을 계획했으며 시위자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강경진압 논란에 대해 “불법시위에 대한 정당방위”라며 “경찰 1백여 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1명은 실명 위기에 처했는데도 일부에서 경찰의 과잉진압만을 강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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