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Really?]매니큐어는 바르는 폭약?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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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약성분 하면 대단히 위험하고 미사일이나 대포에 쓰이는 물질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폭약성분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손톱을 보호하기 위해서 바르는 매니큐어는 니트로셀룰로오스라는 물질을 주원료로 한다. 이것이 굳으면 광택이 있고 단단하며 탄력이 있는 필름이 된다. 매니큐어에 들어 있는 이 물질이 폭탄의 주원료라는 사실을 말해 주면 사용하는 여성들이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곤 한다.

하필 왜 니트로셀룰로오스일까. 물론 맨 처음부터 이것을 사용하진 않았다. 여러 재료를 써 봤지만 자꾸 손톱이 상하고 심지어 죽어버렸다. 손톱에서 생기는 수분이 날아가거나 산소를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트로셀룰로오스 성분으로 만든 매니큐어의 고분자막은 손톱에서 수분이 날아가는 현상을 막고 산소를 잘 투과시켜서 손톱이 ‘숨쉴’ 수 있게 해 준다.

요즘은 이 물질을 마술사들도 많이 사용한다. 종이에 불을 붙이면 확하고 바로 타서 없어져 버리는 마술종이가 바로 니트로셀룰로오스를 사용한 종이이다.

이뿐만 아니다. 초창기 알프레드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의 주성분인 니트로글리세린은 심장약으로 쓰인다.

니트로글리세린은 1847년 이탈리아의 화학자 아스카니오 소브레로가 진한 질산과 황산, 글리세린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그해 여름에 미국의 콘스탄틴 헤링은 실험 도중 니트로글리세린 소량을 설탕에 섞어 혀 밑에 투여하면 심장질환에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879년 영국의 윌리엄 뮤렐이 이 물질을 혀 밑에 투여하면 협심증에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니트로글리세린이 심장병을 치료하는 원리는 이렇다. 이 물질을 혀 밑에 투여하면 혈액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심장의 근육층을 통과하는 굵은 동맥을 팽창시켜 피가 잘 통할 수 있게 해 협심증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이렇듯 일상생활 속에는 전혀 의외의 화학물질이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안다면 맥가이버처럼 순간순간의 위기상황을 주변 물질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오기영 대전 대신고등학교 교사 21ed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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