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고개를 들자, 내일이 있잖아…한국, 브라질에 0-2

“아쉽지만 잘 싸웠다.”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브라질에 0-2로 진 뒤 경기장을 나오고 있다. 한국은 1승 2패로 조 3위를 기록했으나 각 조 3위 간 승점과 골 득실에서 뒤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에멘=연합

“16강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주 강한 조에서 좋은 팀들과 경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박성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미래를 이야기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18일 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린 2005 네덜란드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브라질에 0-2로 져 16강전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전반 9분 레나토의 헤딩슛, 후반 12분 라파엘 소비스의 아크 왼쪽 슛으로 추가골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6개조 1, 2위를 차지한 12개 팀과 각조 3위 6개 팀 중 승점 등에서 앞선 4개 팀이 16강에 합류했다. 한국은 1승 2패로 승점 3을 기록하며 조 3위를 기록했으나 다른 조 3위 팀들에 승점과 골득실에서 뒤졌다.

일본이 2무 1패(승점 2)로도 A조 2위로 16강전에 진출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탈락에는 ‘죽음의 조’로 불린 F조에 배치된 불운도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세계 최강과의 격차가 근본 원인.

박 감독은 “역부족이었다. 우리가 부족했다기 보다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며 “더 이상 조직력과 근성만으로 세계적인 팀과 맞서기는 힘들다. 기술과 개인의 경기 운영능력 보강이 절실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나이지리아 같은 강팀을 이긴 경험은 앞으로도 한국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며 “4강을 목표로 했는데 16강전 진출에 실패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대표팀은 20일 오전 10시 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세계청소년축구 F조 최종 순위표
순위	팀	승점	승	무	패	득	실
①	브라질	7	2	1	0	3	0
②	나이지리아	4	1	1	1	4	2
③	한국	3	1	0	2	3	5
④	스위스	3	1	0	2	2	5

에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브라질戰 시청률 42.2% 기록▼

18일 오후 11시부터 벌어진 한국 대 브라질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올해 중계방송된 축구경기 가운데 최고 시청률인 42.2%의 가구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지옥의 레이스’…박주영이 얻은것은?▼

‘성인대표팀에선 웃고, 청소년팀에선 울고.’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지옥의 레이스’를 펼친 ‘축구 천재’ 박주영(20·FC 서울). 얻은 것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박주영은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려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주도해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청소년팀을 훌쩍 뛰어 넘어 성인대표팀에서도 최고의 ‘킬러’임을 증명한 게 가장 큰 소득.

하지만 박주영은 청소년팀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성인대표팀 활약의 여세를 몰아 맹위를 떨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활발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16일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2-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게 유일한 골.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주영이가 성인대표팀 합류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 때문에 가진 실력의 반 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박주영의 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유럽 명문 클럽 스카우트 담당자들이 유망주를 발굴하는 자리다. 결국 박주영은 성인대표팀을 거치며 체력 저하에 이은 부상 등으로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에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