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영노]육상 100m, 세계와 한국의 거리는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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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포츠맨은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잘했거나 파워나 순발력이 있었다. 육상 100m에는 이런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육상 100m 선수를 꿈꾸다가 여의치 않아 축구 농구 배구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른 종목으로 전향하는 스포츠맨이 많다. 그래서 육상 100m 선수들은 많은 스포츠맨에게서 존경받는다.

22세의 자메이카 청년 아사파 파월이 15일 남자육상 100m에서 종전 기록을 0.01초 단축한 9초 77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100m를 9.77초에 달릴 경우 0.01초 동안에 10.24cm를 뛴 셈.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육안으로도 분명히 보이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는 기록을 세운 뒤 “시간이 내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기록을 깨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해 세계 육상계를 흥분시켰다.

세계 육상계에서는 △1960년대 독일 대표로 활약했던 하리의 스타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9초 79의 당시 세계신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으나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된 캐나다 벤 존슨의 피치 △올림픽 육상에서 9개의 금메달을 딴 미국 칼 루이스의 스트라이드(보폭)를 합하면 9초 3∼9초 4의 기록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리는 출발 반응 속도가 0.08초에 불과하고, 존슨은 스타트부터 골인 지점까지 46걸음을 기계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루이스의 스트라이드는 평균 2.43m다. 파월은 현역 100m 선수 가운데 위의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잘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면 한국 육상의 현주소는 어떤가? 1979년 멕시코에서 벌어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가 세운 10초 34의 기록이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10초 34면 파월의 9초 77에 0.57초, 거리로 6m가량 뒤지는 기록. “10초 34도 공기가 희박한 멕시코의 2000m 고지에서 열린 경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26년 동안 유지된 한국기록을 깨뜨릴만한 유망주가 있다. 육상계의 ‘얼짱’으로 통하는 전덕형(21·충남대)이다. 키 185cm, 체중 75kg의 전덕형은 기록 향상이 일취월장이다. 6월 4일 벌어진 제59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초 51을 기록해 자신의 최고기록 10초 62를 0.11초 단축했다. 이제 10초 34의 한국기록까지는 0.17초, 거리상으로 2m 정도 남아 있다.

전덕형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10초벽을 돌파하는 것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결승라인, 즉 8강에 서는 것이다. 전덕형이 목표를 높이 잡는 이유는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덕형은 지난해 일본 도카이대의 미야카와 지아키 교수를 코치로 만났다. 미야카와 코치는 일본 육상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199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으로 400m 결승에 진출한 다카노 스스무를 비롯해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아시아 최초로 10초 0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이토 고지, 10초 02의 아사하라 노부하루 등을 길러 냈다.

미야카와 코치는 자세와 주법을 중시한다. 전덕형은 미야카와 코치의 지도대로 무릎은 골반과 같이 앞으로 내밀고, 발뒤꿈치를 땅에 스치듯 지나가다 발 앞쪽으로 킥 하고, 스타트할 때 머리를 숙인 상태에서 발을 낮게 앞쪽으로 끄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결과 기록이 대폭 향상됐다. 과연 한일 합작으로 한국 육상 100m의 신기원이 이뤄질 것인가. 기대해 본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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