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國政시스템 흔드는 대통령 측근들

  • 입력 2005년 5월 26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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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25일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의 중심인물이다. 문정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다른 의혹사건인 ‘행담도 개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도 여기에 이름이 올랐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이기명 씨는 유전개발 의혹의 장막 뒤에 어른거린다. 모두 대통령의 측근 또는 정권 실세(實勢)로 불리는 인물들이다.

현 정부는 유난히 시스템과 로드맵을 강조해 왔다. “시스템이 정부의 1인자”라는 말까지 지어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대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11개 국정과제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로드맵’을 추진하면 국정은 시스템대로 저절로 굴러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잇따라 불거지는 의혹사건마다 대통령의 측근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자랑하는 시스템이 권력 내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니라면 대통령 측근 인맥이 곧 시스템의 본체였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최근 노 대통령은 “유전개발 의혹 때문에 참여정부의 신뢰가 타격을 입었다”며 “언젠가는 누가 그랬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정권 차원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지 않으냐는 항간의 의문도 풀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내각 또는 정부부처 중심의 정통적인 행정 체계 위에 옥상옥(屋上屋)으로 각종 위원회를 확대 강화해 청와대를 비대화했다. 거기에 이른바 ‘코드’ 인맥의 ‘배타적 동류(同流)의식’이 결합해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독선(獨善)과 전횡(專橫)의 시스템이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철도청이 유전 개발에 뛰어들고, 동북아시대위원장이 ‘행담도 개발’의 해외채권 발행에 정부를 대신해 보증을 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은 이런 풍토에서 가능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드러나고 있는 국정시스템 위기의 뿌리를 정권 안에서 살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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