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영]국내자본 역차별

  • 입력 2005년 4월 8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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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스타타워 빌딩은 지상 45층, 지하 6층에 연면적이 아셈타워와 63빌딩을 능가하는 서울의 대표적 건물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이 소유했으나 2001년 자금난 타개를 위해 6000억 원을 받고 미국계 사모(私募)투자펀드인 론스타에 팔았다. 3년 뒤인 지난해에는 다시 8600억 원에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상식적이라면 2600억 원이라는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돼야 한다. 그러나 론스타는 합법적으로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한국과 이중과세 회피협약을 맺은 벨기에에 사업근거지를 마련하고, 부동산 매각이 아닌 ㈜스타타워 주식 100%를 매각하는 형태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소유한 단독 대주주다. 또 극동건설 지분 거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산업자본은 특정 은행 주식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고 그나마 4%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대로 금융업을 하면 일반 회사 주식을 5% 이상 가질 수 없다.

론스타는 이런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외국에서 복수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각각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한다고 했으나 론스타 계열 법인들의 상호 연관성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최근 외국 자본을 선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논의는 이런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다. 론스타뿐이 아니다. 한미은행을 인수했다가 매각한 칼라일펀드는 7000억 원, 제일은행을 인수했다가 판 뉴브리지캐피탈은 1조1500억 원의 차익을 각각 남겼으나 역시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모두가 합법적이었다.

하긴 단기투자자본인 사모펀드에 은행을 매각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국내 은행법의 대주주 적격 심사 조항에는 과거에 은행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 등은 이런 경험이 없다. 외국 자본 유치에 급급해서 생긴 잘못이다.

더 나쁜 사례도 있다. 국내 기업을 인수한 뒤 유상감자나 고배당으로 기업의 돈을 빼내 투자자금을 회수한 외국인 소유 기업이 적지 않다. 당기순익의 두 배에 이르는 돈을 배당하는가 하면 자본금의 60%를 유상 감자하는 비상식적인 일도 벌어졌다.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약탈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진즉부터 국내 자본이 외국 자본에 비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외국 자본에 대해 법 적용을 느슨하게 했다는 표현이 맞다. 똑같은 법을 국내 자본은 철저히 적용받고 외국 자본은 교묘히 빠져나간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여러 제도적 허점이 있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과거 폐쇄경제 시절 만들었던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놔둔 채 외국 자본에 대해서는 이를 풀면서 받아들인 탓이 크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개방경제 시대에 외국 자본을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내 자본과 똑같이 대우하면 된다.

김상영 경제부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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