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재판 손보자는 게 집권당인가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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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안에서 사법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당(自黨) 의원들에게 항소심에서 잇달아 의원직이 상실되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선고되고 있어서다. 일부 의원은 당 차원의 대책 마련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은 법원의 고유한 영역이다. 권력이나 정치가 과정에 개입하거나 결과에 시비를 거는 것은 사법권(司法權)의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다. 그런데 당이 나서야 한다니 법원과 짜고 명백한 범법 행위를 축소 은폐라도 하라는 말인가. “한나라당을 편드는 판사들이 많다”거나 “사법부가 이중 잣대를 대서야 되느냐.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참으로 듣기 고약하다.

탈법 선거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여당 의원이 야당보다 많으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 아닌가. 얼마 전에는 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헌법재판소를 규탄했던 그들이다. 틈만 나면 개혁을 외치는 집권당 의원들이 이처럼 반(反) 법치적 발상을 하고 있으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들의 이중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들의 발언에는 앞으로 1명만 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 국회 과반 의석을 잃게 되는 여당의 현실적 위기감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무자격자가 의정활동을 하는 모순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무리 위법을 해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선거풍토를 바로잡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과반 의석이 무너지는 것보다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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