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의원 ‘여론조작’혐의 비난 빗발

  • 입력 2004년 12월 1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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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새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은 한나라당 한선교(사진) 의원이다.

한 의원은 포털사이트 엠파스의 1일자 정치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각각 2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상종가다.

한 의원은 현재 아무런 당직을 맡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걸까.

그것은 바로 지난달 29일 방송된 ‘YTN 돌발영상’ 때문이다.

이 영상물엔 지난달 26일 국회 건설교통위에서 통과된 기업도시법 처리 과정에서 한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180˚’란 타이틀이 붙은 이 영상은 ‘주연배우’인 한 의원이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다그치는 장면으로 시작 된다.

잠시 후 한나라당측 간사인 박혁규 의원이 ‘기업도시법안’ 처리를 오후 2시로 연기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에서 오전 10시에 처리하자고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반발하자 한선교 의원이 나서 “(연기 요청이)잘못됐다”고 시인하며 “한 번만 이해해 달라”고 간곡하게 양해를 구한다.

결국 위원장과 양측 간사의 공식적인 합의에 의해 회의는 오후 2시로 연기된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오후 회의에서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건교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표결처리를 강행했다. 김한길 위원장이 회의참석을 요청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는 논의 중”이라며 불참했다.)

화면은 바뀌어 브리핑 룸.

한 의원이 한나라당의 입장을 밝혔다.

한 의원은 “상임위에서의 법안심사를 12월 2일로 연기해 줄 것을 한나라당이 제의했지만 여당 단독으로 기업도시 특별법을 표결 처리했다”며 “물리력으로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아쉽다.위원장이 표결처리를 하겠노라고 공식적으로 저희 간사에게 통보한 바는 없다”며 열린우리당의 단독처리를 맹 비난했다.

결국 돌발영상은 한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전의 약속과는 달리 오후에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을 고발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돌발영상이 방송된 후 한 의원의 홈페이지(http://www.hansunkyo.co.kr) 자유게시판에는 ‘거짓말쟁이’ ‘위선자’라며 그의 표리부동한 행위를 비난하는 누리꾼(네티즌)들의 글이 넘쳐났다.

방송이후 3일 동안 올라온 게시글 만 600여개.

그러자 한 의원측에서는 30일 홈페이지에 ‘돌발영상과 관련하여’란 해명 글을 올렸다.

한 의원측은 “한나라당 간사가 연기 요청을 할 때 시간을 넘기면 그냥 진행하겠다는 위원장의 말이 있긴 했으나 통상적으로 이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토지수용권 등)을 제한하는 법안은 여야간에 신중한 의결을 요하는 사항에 대해 정식 통고도 없는 단독처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뉴스는 편집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한나라당 건교위 소속 의원들과 이를 대표한 한선교 의원의 노력을 자칫 ‘말바꾸기식 구태’로 오해시킬 소지가 있어 이에 한선교의원실의 의견을 밝힌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날 한 의원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한 의원측에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증거라며 떠돌고 있는 캡처파일. 사진 위는 한선교 의원실에서 올린 홈페이지 이용 공지문이고 아래는 한 누리꾼이 자유게시판에 쓴 글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IP주소가 같음을 알수 있다.

한 의원 측에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한 누리꾼이 ‘돌발영상 특정당 의원 비판?’ 등의 제목으로 한 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곳의 IP주소가 자유게시판 이용공지문을 올린 곳과 똑같은 것을 발견한 것.

누리꾼들은 ‘딴소리 논평’을 사과할 생각은 안하고 뻔뻔하게 자기 홈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타인을 가장한 글을 올려 여론조작까지 한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IP주소를 캡처한 그림 파일은 각종 포털 사이트와 개인블로그는 물론 ‘디씨인사이드’ 정치사회갤러리 등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의원 측에서는 결국 1일 오전 ‘여론조작’을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한 의원 측은 “해당 게시물은 의원실 직원이 올린 것이 맞지만 여론조작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 측은 “글을 올린 직원은 보좌진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게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으나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si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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