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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5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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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엉겅퀴 솜털에 내려앉았네/여름날을 위해 내게 그대의 날개를 빌려 주오/(…)/내가 그대처럼 하늘하늘한 겉옷을 걸치고/연보랏빛 꽃잎에 얹혀 있을 수 있다면 좋겠네.”
미국의 생태주의 생물학자 레이철 카슨(1907∼1964년)이 펜실베이니아여대에 다닐 때 쓴 자작시(일부)는 생물학과 문학에 대해 갖고 있던 그의 관심과 동경을 보여준다(레이철이 올바른 외래어표기임).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란 부제가 붙은 이 평전은 조지워싱턴대 환경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10년 이상의 조사를 통해 카슨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카슨은 살충제의 폐해를 드러낸 불후의 저작 ‘침묵의 봄’을 1962년에 펴내 세계 곳곳에서 살충제 사용금지법이 만들어지도록 했다. 그는 과학이 기대와 달리 자연을 절멸시킬 수 있음을 알려 준 1세대 과학저술가 중 한 명이었으며, 타임지는 ‘20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카슨은 미 연방 ‘어류와 야생동물국’의 학자로 일하면서 글을 썼으며 1952년 펴낸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32주 동안 전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킬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의 저술의 힘은 두 가지에서 나왔다. 첫째 몸을 아끼지 않는 탐조(探鳥) 활동 등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둘째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다. 카슨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원고를 보면 초고를 일곱 번이나 바꾼 곳이 있으며, 카슨은 두운과 가락을 살리려고 원고를 항상 큰소리로 읽곤 했다.
저자는 ‘저술가 카슨’의 인생 외에도 자연주의자 도로시 프리먼, 추리소설을 썼던 마리 로델 등 여성 지식인들과 카슨이 나눈 우정에 대해서도 정감 넘치게 쓰고 있다. 카슨의 소녀시절과 젊은 시절 이야기도 능란하게 들려준다.
카슨의 인생에서 절정은 아무래도 영국 낭만파 시인 존 키츠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온 ‘침묵의 봄’을 쓰던 1960년대 초반이었다.
“숲에서 새의 노래가 갑자기 들리지 않는 것, 새의 빛깔과 아름다움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은 우리들을 비탄에 빠뜨릴 것이다. 만일 (살충제에서 나온) 이 ‘죽음의 비’가 새에게 이런 재앙을 미친다면 다른 생명체들에겐 어떻겠는가?”
카슨은 살충제 살포로 곤충이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된 그리니치 코네티컷 등의 숲을 조사하고, 비참한 기형아 사례들을 수집했다. 50대의 카슨은 절정에 이른 분석력으로 이들의 원인을 따져나갔다. 화학회사에 고용된 과학자들과 일전을 벌였지만 카슨은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으며 만화 ‘피너츠’에도 나올 만큼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침묵의 봄’을 쓰던 1960년대는 그가 남몰래 유방암과 싸우며 죽어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는 수백명과의 인터뷰, 편지, 일기 등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어떤 대목들은 마치 소설의 한 대목이나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카슨뿐 아니라 저자 역시 문학적인 글쓰기에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제 ‘Rachel Carson-Witness for Nature’(1997년).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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